정부, 연구용역 반영한 원전산업 지원대책 지난 6월 발표"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분야 전체 일자리 늘릴 것"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 원전산업 인력수요가 지금보다 감소하지만,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면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됐다.정부는 이미 발표한 원전산업 지원대책을 통해 원전 안전운영과 수출에 필요한 원전 생태계를 유지하고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에너지 분야 전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월 딜로이트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방안과 원전 기술인력 수급 및 효율적 양성체계, 원전지역 경제활성화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산업부는 탈원전으로 원전 관련 산업과 지역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 보완대책을 마련하고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정부는 지난 6월 21일 발표한 '에너지전환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에 연구용역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보고서는 탈원전으로 향후 원전 수가 감소하면 원전시장이 축소되고 업체들이 원전산업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보고서는 국내 원전이 정부 정책대로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전제로 해외 원전 수주 여부에 따라 원전산업 인력 수요를 4개 시나리오로 전망했다.원전 수출 없이 탈원전을 진행하는 시나리오 1에서는 인력 수요가 올해 약 3만9천명에서 2030년 2만6천700명으로 감소한다.사우디 원전 2기와 소형 원자로 2기를 수주하는 시나리오 2에서는 인력 수요가 2022년 4만2천500명을 찍고 2030년 2만7천100명으로 감소한다.사우디에 더해 영국 원전 2기를 수주하는 시나리오 3에서는 2022년 4만3천700명까지 증가했다가 2030년 2만9천800명으로 내려앉는다.사우디, 영국에 체코와 폴란드에서 각 2기를 수주하는 시나리오 4에서는 2026년 4만6천300명까지 늘었다가 2030년에 올해 수준인 3만9천500명으로 돌아온다.보고서는 시나리오 4를 제외한 모든 경우 2023년부터 인력수요 감소가 시작되고 2025년부터 수요가 현재 인력인 3만8천810명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다만 보고서는 현재 수준의 신규 채용을 유지하고 정년퇴직 등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인력을 고려하면 탈원전 영향 없이도 올해 3만8천400명인 원전산업 종사자가 2030년 3만명으로 감소한다고 전망했다.이에 따라 시나리오 1과 2에서는 2030년 인력 수요가 공급보다 작지만, 시나리오 3과 4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거나 수요가 더 많게 된다.보고서는 원전 관련 설계, 시공, 보조기기, 예비품, 정비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원전산업 이탈 의향을 조사했다.원전산업을 유지하겠다는 답은 설계 0%, 시공 27%, 보조기기 33%, 예비품 17%, 정비서비스 25%로 나타났다.이탈하겠다는 기업은 설계 9%, 나머지 분야 0%로 조사됐다.나머지 기업들은 아직 결정하지 못하거나 응답하지 않았다.보고서는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해 필요한 기자재·서비스 분야 기업과 원전 수출 관련 기업들을 선별해 지원할 것을 건의했다.우리나라보다 먼저 원전을 축소한 미국, 독일, 영국, 일본은 원전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주변국으로부터 원전 기자재와 서비스를 수입하기 어려운 지리적·기술적 특성을 고려해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산업부는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 6월 21일 원전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확대하고 원전 안전운영과 생태계에 필요한 핵심인력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보고서의 인력수요 전망은 정부의 지원대책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산업부도 탈원전으로 원전산업이 축소되는 점은 인정하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의 다른 축인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에너지 분야 일자리는 전체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연합뉴스
친원전과 탈원전 진영간 논리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자회견 등을 통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다.한국원자력학회는 22일 탈원전 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의 전날 기자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원자력학회는 국내 원자력 관련 교수 등 전문가 5000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재생에너지 전문가와 환경단체, 정치인 등이 모인 탈원전 단체다.원자력학회는 “에너지전환포럼이 사후처리 비용을 감안할 경우 원전의 경제성이 낮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를 마지막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하더라도 국내 원전이 향후 생산할 전기는 총 10조kWh(85% 이용률 가정)로, 한국전력의 판매단가 기준 1100조원 규모라는 것이다. 이는 사후처리 비용(총 53조원)을 모두 포함해도 원전의 탁월한 경제성엔 별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란 설명이다.에너지전환포럼의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 기회를 놓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원자력학회는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정부 보조금이 줄면 사라지는 공공근로 성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2010~2016년 태양광 보조금을 64% 감축하자 관련 일자리가 70.7% 사라졌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탈원전 진영의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이 내세운 “탈원전을 통한 에너지전환이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가 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원자력학회는 “한 연구위원은 원전시장 규모가 17조원인 데 반해 재생에너지는 298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에너지전환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시장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건 오류”라고 지적했다.앞서 에너지전환포럼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는 걸 막는 정부 규제 때문에 한전 적자가 많이 발생했다”며 “발전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전기요금을 통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원전 감축 정책을 고수한 상태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전기요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원자력학회 측 얘기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한국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와 발전량은 오히려 5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9일 세계원자력협회(WNA)가 발간한 ‘2018 세계 원자력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전년보다 2GWe(기가와트일렉트릭) 증가한 392GWe으로 집계됐다.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도 전년보다 29TWh(테라와트시) 많은 2506TWh를 기록했다. 5년 연속 증가세다.현재 가동 가능한 원전은 총 448기로 조사됐다. 작년에 4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고리 1호기를 포함해 5기가 폐쇄됐다.건설 중인 원전은 총 59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40기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유럽·러시아 11기, 서·중유럽 4기, 북미 2기, 남미 2기 등이었다.중국은 18기의 원전을 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세계 원전 발전설비의 약 9%에 해당하는 38기를 운영 중이다. 중국은 작년 5월 아르헨티나에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파키스탄에 1기를 짓기로 했다.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은 원전 재가동을 늘리고 있다. 가동 원전이 현재 9기로 늘었고, 19기가 재가동을 신청한 상태다.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공론화위원회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권고를 수용했지만 더 이상의 원전은 짓지 않기로 했다고 서술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