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면접 시스템을 도입한다.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늘려 700여 명을 뽑기로 했다.

국민은행, 신입행원 채용 면접에 AI 도입한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정기공채에서 신입행원 415명을 채용한다고 2일 밝혔다. 상시 채용으로 경력직 200여 명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특성화고 신입행원(L0) 70여 명을 뽑은 데 이어 최소 615명을 채용하겠다고 하면서 국민은행의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700여 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500명을 채용한 데 비해 40%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신입행원은 신입 UB(유니버설 뱅커), 신입ICT, 전문자격보유자 등 3개 부문에서 모집한다. 특히 정보기술(IT)과 디지털금융, 데이터 분석 업무를 수행할 신입ICT 부문 인력은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뽑기로 했다.

예년에 비해 가장 달라진 채용 절차는 면접전형이다. 1차 면접전형에선 PT면접을 통해 비즈니스 또는 디지털 분야 사례에 대한 사고력, 통찰력, 의사소통 능력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 의사결정 및 협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역량을 평가하는 토론면접도 함께 시행한다. 이후 합격자를 추려 온라인 면접과 대면면접으로 나뉘는 2차 면접전형을 진행한다. 온라인 면접엔 AI를 도입한다. 지원자가 개별적으로 웹캠과 마이크가 연결된 PC 또는 노트북에서 채용 사이트에 접속해 약 60분간 면접을 보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AI 분석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원자의 장단점과 주요 특징, 적합한 직군 등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분석 결과는 점수화하지 않고 대면면접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입 초기인 점을 감안해 당장 당락을 좌우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이 AI 시스템을 면접에 도입한 것은 지난해 채용비리를 둘러싼 잡음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이번 채용 과정 개선을 위해 채용 기획 단계부터 외부 전문 기관 컨설팅을 받았다. 하지만 AI 시스템이 채용 객관성 확보에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원자들 사이에선 “이제는 취업할 때 AI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AI 시스템은 기존 논문의 메타분석과 일반 기업 고(高)성과자의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얼굴 표정 등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상태와 답변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