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대적인 ‘점포 혁신 실험’에 나섰다. 인접 영업점끼리 전면경쟁은 자제하고 협업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의 ‘허브&스포크’, 신한은행의 ‘커뮤니티’, 국민은행의 ‘파트너십’ 등이 대표적이다. 창구를 찾는 소비자가 급감하고 영업점이 줄어들자 점포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은행의 새 점포 전략… "경쟁 대신 협업"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 6월 말 3571개로 2년 전 3840개에 비해 269개 줄었다.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국민은행의 경우 2016년 6월 말 1122개에서 올해 6월 말 1055개로 2년 새 67개 줄었다. 우리은행도 880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나 2년 전보다 52개 감소했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919개에서 현재 765개로 2년 새 154개를 줄였다.

시중은행은 지속적으로 점포를 줄여가는 대신 영업망은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19개 영업본부와 78개 영업점 대상으로 ‘투게더 그룹(TG)’ 전략을 도입했다. 하나의 영업 거점(허브)을 마련하고, 주변 인근 4개의 소규모 영업점(스포크)을 지원하는 ‘허브 앤드 스포크’ 전략을 전체 영업점의 10%에 적용했다. 본사 경영혁신부 내 TG 현장지원반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그동안 개별 영업점별로 움직였던 자산관리, 퇴직연금, 집단대출, 중소기업 영업 등을 TG 단위로 현장영업을 지원하고 있다.

은행의 새 점포 전략… "경쟁 대신 협업"
점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협업 체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2016년 업계 최초로 근거리 영업점 5~6개를 한 그룹으로 묶어 공동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커뮤니티’ 제도를 마련했다. 2016년 커뮤니티 122개에서 시작해 현재 134개로 늘어났다. 커뮤니티 지역의 고객 특성을 반영해 영업채널을 구성하고, 관련 전문인력도 커뮤니티 단위로 운영해 영업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게 신한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근 영업점끼리 협업을 통해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영업점 간 인력 교류를 통해 전문성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2016년부터 전국 영업망과 지역본부를 ‘파트너십 그룹(PG)’ 체제로 전환해 영업점포를 운영 중이다. 전 점포를 27개 지역영업 그룹, 138개 지역본부(PG)로 구분한 뒤 고객 관리나 인력 등을 공유하면서 ‘소(小)최고경영자(CEO) 영업체계’로 영업망을 구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도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영업 역량이 높아졌다”며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처럼 개별 영업점 내에선 부족했던 업무를 보완할 수 있고, 인력 운영의 효율성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이 제도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