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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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량이 잇따라 불에 타는 가운데 ‘BMW 화차(火車)’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결함 은폐 가능성이 제기되며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수입차 1세대로 국내 BMW 성장을 이끈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61·사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사실상 물러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000여 명의 차주는 BMW를 상대로 차량 결함의 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정신적 피해와 재산상 손해를 보상해달라며 500만~2000만원가량의 배상을 청구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김 대표는 지난 6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 탓”이라며 “리콜(결함 시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대표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에만 국한된 사고가 아니다”라는 해명에 나섰으나 2016년 화재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급기야 고온의 배기가스가 지나는 바이패스 파이프, 전자제어장치(ECU)가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경찰이 BMW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첫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결함 은폐·축소 의혹을 둘러싼 자료를 확보하고 관련자 소환을 검토 중이다.

이렇듯 BMW 화재 사태는 고스란히 원점에서 원인 규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차주들이 느끼는 피해는 불어나는 양상이다.

김 대표는 1995년 상무이사직을 맡다 2000년 9월부터 BMW코리아를 이끌어 왔다. 한길을 걸어온 ‘수입차 1세대’다. 중형 세단 5시리즈 등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고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를 키웠다.

사장 취임 당시 1650대이던 판매 대수는 지난해 36배 이상 늘어났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3년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본사 임원에 올랐다.

올초엔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해 실무를 총괄하고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 대처에는 김 대표가 평소 강조해온 낮은 자세, 고객 최우선의 경영 철학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논란이 커지면서 수입차 판매 2위 자리도 위태위태하다. 주력 차량인 520d 모델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신차 출시 공세도 불투명해 반등 기회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고객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명확한 결함 원인 규명, 충분한 소통”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