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소득 상위 10%를 포함한 지역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도록 해달라’는 경기 성남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소득 하위 90%까지만 아동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국회 합의를 뒤집은 것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간 ‘복지 폭주’ 경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성남시가 지난 7월 협의를 요청한 ‘아동수당플러스 지원 사업’을 검토한 결과 그대로 시행하도록 통보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사업을 벌이려면 사전에 반드시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성남시의 아동수당플러스 사업은 가구의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정부의 선정기준액(3인 가구 기준 월 1170만원)을 넘어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에 거의 근접해 아동수당이 감액되는 가구에도 자체 재정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국회 합의로 올해 통과된 아동수당법에 따라 9월부터 만 0~5세 아동이 있는 가구 중 소득 하위 90% 가구에만 아동 1인당 월 1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가구원 수별 선정기준액을 마련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은수미 성남시장은 후보 시절 ‘아동수당 100%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이를 추진했다.

복지부는 성남시가 ‘아동수당을 지역상품권으로 주되 1만원을 더 얹어 11만원을 지급하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성남시에 살면서 만 0~5세 아동이 있는 모든 가구(아동 기준 약 4만3000명)는 다음달부터 월 11만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성남시가 추가 비용(연간 114억원)을 100% 자체 재정에서 지출하기로 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판교 벤처밸리를 끼고 있어 재정이 넉넉한 성남시와 달리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사는 국민은 불만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성남시발(發) ‘아동수당 100% 지급’ 정책이 다른 지자체로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미 광명시도 복지부에 비슷한 사업 협의를 요청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억대 연봉자나 수십억원 재산가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못 받는다고 애를 안 낳겠느냐”며 “정책 목적이 불분명한데도 인기에 영합해 현금살포식 복지를 늘렸다간 재정만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