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실험실에서 조사한 자동차 연비와 실제 도로 운행 때의 자동차 연비 간 격차로 인해 유럽에서 작년에 운전자들이 더 지불한 연료비가 234억 유로(약 30조4천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29일 제기됐다.

유럽의 자동차 관련 단체인 '교통과 환경'은 이날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 지난 2000년 실험실 연비와 실제 연비 간 격차가 9%였으나 작년엔 46%로 증가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즉 작년에 유럽의 자동차 운전자들이 실제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지불한 연료비가 실험실 연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46%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작년까지 실험실 연비에서 산출된 결과 만큼 실제 자동차 운행 연비가 좋아졌다면 이 기간에 유럽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1천500억 유로(약 195조 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는 게 '교통과 환경'의 계산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00년부터 작년까지 실제 운행 자동차 연비가 실험실 연비보다 나빠서 운전자들이 추가로 부담한 연료비 부담은 독일이 360억 유로로 가장 많았고, 영국 241억 유로, 프랑스 205억 유로라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이 단체 측은 보고서에서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은 사기였다"면서 "자동차 배기가스를 감축하도록 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실제로는 CO2 배출이 개선되지 않았고, 2000년 이후 10% 정도 줄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단체는 자동차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 테스트를 실험실 조사가 아닌 실제 운행을 통한 조사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측은 "운전자의 운전습관이나 교통·날씨 조건에 따라 매번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참작하면 실험실 조사와 실제 운행 때에는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에 있어 항상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는 작년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일부 자동차 업체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자동차 연비와 배기가스 측정을 좀 더 현실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새로운 조사방법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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