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모차' 스토케 돌풍 잠재운 에이원 리안

잘나가는 제품 불만 '관찰'
유모차 무게 3kg 이상 줄여
휴대용·기내용 등 제품 다양화
50만원대 가격, 10년째 유지
매출 격차 벌리며 시장 1위로

강력한 AS로 수입제품과 차별화
R&D 투자 늘려 혁신제품 도전
이의환 에이원 대표가 휴대용 유모차 신제품 ‘프라임라이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의환 에이원 대표가 휴대용 유모차 신제품 ‘프라임라이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리안이 유모차업계의 벤츠로 불리는 스토케를 매출에서 앞지른 것은 2012년이다. 리안은 이후 격차를 벌리며 시장의 30%를 장악했다. 리안이 10년 만에 시장 지배자가 된 과정은 ‘벤치마킹-추격-역전’이라는 전통적 경영 전략을 따르고 있다. 스토케 제품을 따라 튼튼한 제품을 만들고, 그들의 약점인 가격과 사후서비스(AS) 문제, 단순한 제품 구성 등을 파고들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소비 트렌드도 리안의 성공에 기여했다. 하지만 가성비도 강력한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시적 판매 급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리안의 성공은 후발주자들에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평가다.

차별화된 벤치마킹

[경영탐구] 10년째 반값 유지한 리안… '방문수리 되는 유모차'로 육아맘 사로잡아

경쟁자는 강력했다고 했다. 리안을 성공시킨 에이원의 이의환 대표는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 등장한 스토케는 정말로 ‘센세이셔널’했다”고 말했다. 충격적일 만큼 세련되고 매력적인 제품이었다는 얘기다. 벤치마킹하기로 했지만 브랜드파워가 있는 고가 수입 제품과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승산이 없었다.

유통업을 하던 이 대표가 유모차 제조에 뛰어들기로 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관찰’이었다. 스토케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깊이 있게 듣는 것부터 시작했다.

[경영탐구] 10년째 반값 유지한 리안… '방문수리 되는 유모차'로 육아맘 사로잡아

그중 “스토케 제품은 너무 크고 무게가 부담스럽다”는 것에서 이 대표는 영감을 얻었다. 스토케처럼 제품을 만들되 13㎏에 달하는 유모차 무게를 10㎏대로 줄였다. 소비자의 반응은 “튼튼한데 가벼워졌네”였다. 스토케가 다양한 제품을 국내에 내놓지 않는 것도 이 대표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대형 유모차, 휴대용 유모차는 물론 중간 성격의 절충형과 기내반입형 등으로 제품을 다양화했다.

결정적인 승부수는 물론 가격이다. 리안의 고급형 제품인 ‘로얄스핀’은 50만원 후반이면 구입할 수 있다. 2008년 제품 출시 이후 시트를 비스듬히 하거나 수평으로 눕히는 기능을 수동에서 원터치로 바꾸는 등 상품성을 꾸준히 개선했지만 가격은 10년째 그대로다. 출시 초기 스토케 유모차의 절반 가격이던 로얄스핀은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좋은 제품을 거품 없는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회사의 경영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리안은 이 가격에 맞추기 위해 중국에 있는 5개 공장에서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자동차 시장과 비슷한 구조

이 대표는 유모차 시장은 자동차 시장의 압축판이라고 했다. 아이가 커 유모차를 떼는 짧은 기간에도 자동차처럼 AS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얘기였다. 그가 파악한 스토케의 또 다른 약점이기도 했다. AS를 강화한 것은 당연한 전략이었다.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 결정타는 집을 방문해 고쳐주는 서비스. 수도권에서는 수리기사가 직접 소비자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이 대표는 “스토케를 비롯한 수입 유모차가 비싸다 보니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정식 수입된 제품이 아니면 사후관리를 받을 수 없는 문제 때문에도 리안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다른 회사가 잘 쓰지 않는 에어타이어를 대형 제품(딜럭스형)의 모든 모델에 적용했다. 에어타이어는 고무로 속을 채운 고무타이어에 비해 충격 흡수 능력이 더 좋다. 하지만 바람이 빠지거나 펑크가 나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이 대표는 “사후관리에 자신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제품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략과 도전은 쪼그라드는 유모차 시장에서 리안이 꾸준히 매출을 늘리는 배경이 됐다. 국내 유모차 시장은 10년 전 연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축소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리안은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매년 판매 제품의 20~30%를 신제품으로 채우고 있다”고 했다. 연 매출의 5%를 연구개발(R&D)에 쓰고 있다. 에이원은 앞으로 유모차 외에 카시트, 아기띠(힙시트), 아기침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