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서 구조적문제·늑장대응 지적 잇따라
-김효준 회장 "유럽서도 화재 보고...한국과 동일 수준 리콜 진행"


BMW 화재 문제와 관련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이상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BMW 화재 리콜 공청회에서 진술인 자격으로 출석한 전문가들은 BMW 화재 결함이 단순히 EGR 교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확한 발화 조건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에게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늑장 대응과 결함 은폐 여부 등을 추궁하는 데 힘을 실었다. 2016년 이미 환경부에서 확인한 EGR 결함이 국토부와 공유되지 않아 자동차 화재 문제를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화재 리콜' BMW, 'EGR만 문제 있나' 공방

BMW가 파악한 화재 원인은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에 따른 복합적인 문제다.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배출가스를 엔진 내부로 밀어넣는 과정에서 고온의 배출가스 온도를 낮추기 위해 쿨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만든 쿨러가 고온의 가스 때문에 균열이 생기면서 냉각수가 새고 흡기다기관(매니폴드)에 침전물이 형성되면서 화재 원인이 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관련기사 ▶ BMW, "화재 원인은 소프트웨어 아닌 하드웨어"
).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EGR 부품 결함 이상의 문제가 BMW 차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BMW 디젤차들이 다른 브랜드 디젤차보다 EGR 작동 빈도가 몇 배나 높다. 이 경우 배출가스 저감 효과는 크지만 부품의 내구성이 뒷받침되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다른 브랜드와 달리 EGR에 배출가스 유입을 제어하는 밸브가 냉각장치(쿨러) 앞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자칫 쿨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뜨거운 공기가 직접 매니폴드로 유입돼 균열 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2016년 봄 20개 차종에 대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비교 실험한 결과 실제 주행 상황에서 BMW 520d만 기준을 통과했다"며 "이는 다른 브랜드보다 BMW 제품의 EGR이 더 많이 가동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EGR 밸브와 쿨러의 내구성을 보강하고 고장에 대비해 쿨러와 밸브의 위치를 바꿔 설치했어야 했다"며 "설계의 기본은 고장이 나도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페일 세이프(fail safe)'인데, BMW는 페일 세이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결함"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일 카123텍 대표는 디젤차 찌꺼기를 청소하면 화재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디젤차의 경우 주행거리 6만~7만㎞가 되면 엔진 흡기장치 부분에 오일 찌꺼기와 매연, 먼지 등이 뒤섞인 찌꺼기가 쌓이게 된다"며 "이 찌꺼기는 220도 정도면 불이 붙는데, EGR 쿨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뜨거운 공기가 직접 유입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국산 디젤차의 경우 6만~7만㎞ 정도 주행하면 카본 청소 등 클리닝 작업을 거치지만 수입차는 부품을 통째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비용 부담 등으로 수입차는 클리닝을 하는 경우가 적다는 점도 (한국에서만 BMW 화재가 잦았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화재 위험이 의심되는 디젤차는 흡기다기관을 금속제 등 불연성 원재료로 교체해야 한다"며 "고속도로에서 화재사고가 많이 보고된 건 DPF(디젤차 배출가스 여과장치) 작동에 따른 온도 상승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MW는 화재 리콜 원인이 하드웨어에 있을 뿐 소프트웨어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문제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선 BMW 디젤차는 EGR 쿨러의 냉각수가 타 브랜드와 비교해 용량이 4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엔진이 고성능이고, EGR 작동 횟수가 많은데 냉각수 여유가 없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배출가스 온도가 낮을 때만 밸브가 열려야 하는데 고온에서도 열리는 현상이 발견됐다"며 각 부품의 제어는 소프트웨어가 담당하기 때문에 작동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국토부와 환경부의 소통 부족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디젤게이트 이후 환경부는 EGR에 관한 노하우를 많이 쌓았고, BMW EGR 결함도 이번 사태 이전에 이미 리콜 조치한 바 있다"며 "국토부와 환경부가 리콜을 보는 관점이 다른 만큼 공조가 충분히 이뤄졌다면 (화재 문제를) 미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역시 정부기관 간 소통의 문제를 비판했다. 김정호 의원은 "앞서 환경부에서 BMW EGR 결함 관련 리콜을 3번이나 시행했고, 쿨러나 밸브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이미 확인했는데도 이제와 공청회를 열 정도로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안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사전에 문제를 스크린해서 환경부와 국토부가 협업했다면 얼마든지 화재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엇박자가 나서야 되겠냐"라고 지적했다.

'늑장대응'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영국에서 2016년 EGR 품질 관리를 위해 자발적 리콜에 돌입했다"며 "영국과 한국의 법규가 달라 시간차가 있을 수 있다는 회사측 입장도 있지만 결국 결함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묵인하고 국내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나서야 (리콜을) 실시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BMW 디젤차에 장착하는 EGR 부품과 소프트웨어는 전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한국에서만 유난히 문제가 많은 건 아니다"라며 "유럽에서도 같은 문제로 화재 발생이 보고됐으며,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리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김 회장은 "본사에서 파악한 원인 외에 국내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들 역시 본사에 보고한 상태로, 정확한 규명이 없다면 국민 여러분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공청회에선 화재 가능성이 분석됐을 뿐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발화되는 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언급은 없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정확한 발화 조건을 찾기 위해 시험 등을 수행하기 위해 민관합동 조사단을 운영키로 했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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