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요트산업 보고서

새 요트 가격 평균 3억~5억원·유지비는 연간 약 1000만원… 면허·보험도‘필수’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김 모 사장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바닷가를 찾을 만큼 ‘낚시광’이다. 요트를 타고 나가 바닷바람을 즐기며 하는 낚시는 신선놀음 그 자체다. 지금까지는 매번 요트를 대여했지만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도 낚시를 계속 한다면 오히려 요트를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 나도 ‘요트 오너(선주)’ 한 번 돼 보자.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지?”

‘억’ 소리 나는 요트 구입, 구매를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요트 구입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요트 입문자들이 알아야 할 구입부터 유지·관리, 조종 면허 자격증까지 요트 구입에 필요한 준비물을 총망라했다.
‘구입부터 운항까지’ 요트 즐기기 A to Z
요트 구매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요트를 사는 목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요트는 형태와 크기에 따라 구입 가격과 유지·관리비 등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구매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트 구매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김 사장처럼 낚시를 즐긴다면 낚시용 요트(보트)가 필요하다. 또 비즈니스 접대나 지인들과의 모임을 위해서는 크루저 요트가 필요하며 바람을 즐기면서 돛을 달고 운동하길 원하는 사람은 세일 요트가 적합할 것이다.

황현웅 현대요트 마케팅 팀장은 “요트 소유주가 어떻게 사용할지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며 “배의 구입 목적과 그에 맞는 요트를 정하는 것이 요트 구매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FTA 체결 이후 중고↓ 신조↑

레저·낚시 또는 선상 파티…. 어떤 목적에서든 요트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관문이 ‘가격’이다. 으레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요트들은 전 세계 부호들이 소유하고 있는 ‘슈퍼 요트’들이다.

이런 요트들은 선체 크기가 80피트(24.4m) 이상 되는 대형 요트들로, 어떤 것들은 크루즈선에 육박할 만큼 육중한 크기를 자랑한다. 요트 가격 역시 대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를 호가하는 게 예사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요트들이 대개 이런 슈퍼 요트이기 때문에 요트 가격에 부담을 느끼기 십상이다. 하지만 최근 개인들이 취미 수준에서 즐기는 요트는 그와 좀 다르다. 요트 가격은 요트의 크기와 제조사·모델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이 비교적 저렴한 대중적 요트들도 있기 마련이다.

먼저 국내 요트 구입자는 대부분이 일본에서 중고 요트를 들여온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치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마리나항만에 정박한 요트 중 중고로 거래된 요트들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중고 요트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다. 요트의 가치, 연식과 인테리어 수준 등에 따라 거래 가격이 널을 뛴다. 쓸 만한 중고 요트는 보통 4000만원대 이상이다. 예컨대 요트 판매 업체인 극동엠이에스에서 거래 중인 미국 샤파랄(CHAPARRAL)의 22피트(6.7m)짜리 중고 요트(제조연도 2010년)의 현재 판매가는 4500만원이다.

수억원·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 중고 요트도 많다. 소위 ‘X값’이 되는 중고차와 달리 중고 요트는 신형 모델에 비해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또 관리만 잘돼 있다면 오래 사용이 가능해 20년이 다 된 모델들도 고가에 거래되는 것이 중고 요트 시장이다.

실제 극동엠이에스에 매물로 나온 호주 리베라(RIVIERA)의 34피트(10.4m)짜리 중고 요트는 17년 전인 2000년에 만들어졌지만 최근 2억2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최근에는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요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면서 중고 모델 대신 신형 모델을 수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고 선박 판매 비율은 70% 정도로 낮아진 반면 신조 선박 판매 비율은 30%로 크게 늘었다.

특히 신조 선박 증가에는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큰 역할을 했다. 신조 선박들이 수입관세 없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황현웅 현대요트 팀장은 “중고 선박은 원산지 증명이 까다롭고 제삼국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반면 신조 선박들은 FTA 체결 이후 관세 없이 국내에 수입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뛰어 판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신조 요트들은 평균 3억~5억원 선에 거래된다. 크기로 보면 파워 요트는 30피트(9.1m), 세일 요트는 40피트(12.2m) 정도다. 일본·미국·EU가 신조 요트의 주요 수입지다.

배값만 해도 수억원을 호가하지만 여기에 딸린 부품도 수십여 가지다. 위성항법장치(GPS)·자동항법장치·심해측정기구 등이 풀 옵션으로 설치되면 배값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개인 구입자도 있지만 법인에서 구매하는 곳이 많다. 또 장기 할부(리스)로 구입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선박 값 외에 세금과 중개 수수료도 따라붙는다. 레저 선박은 취득세 납부 시 중과세 부가 대상 원칙에 따라 3억원 이상인 요트는 11%, 3억원 미만 요트는 2.02%의 세율이 적용된다. 중개 수수료는 업체별로 상이하지만 대개 10%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 요트의 중개 수수료는 1~2% 선이다.
‘구입부터 운항까지’ 요트 즐기기 A to Z
유류비·계류비 “연 1000만원 훌쩍”

구입했다고 다 끝이 아니다.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용까지 더하면 유지비가 꽤 된다. 먼저 요트를 정박할 계류장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한강을 비롯해 부산·인천·양양·여수·통영·제주 등 전국 각지에 계류장이 있다. 공공기관 혹은 민간 기관 등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계류비는 천차만별이다.

강원 양양군에서 운영하는 수산항요트마리나 계류장은 전국에서 계류비가 가장 저렴하며 민간이 운영하는 인천시 왕산마리나 계류장은 전국에서 계류비가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나항만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마리나항만은 대형 요트가 들어온다고 해도 월 계류비가 30만원 수준이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마리나항만은 소형 요트라고 할지라도 월 75만원을 지불해야 할 만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류장이 없어 요트를 구입하지 못할 지경이다. 양양의 수산항요트마리나에는 해상 부두에 60척, 육상 부두에 20척 등 총 80척의 요트가 계류 중이다. 여기에 수도권 등에서 19척이 추가 계류를 희망하고 있다. 여수와 서울 등 다른 마리나항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안전 검사도 받아야 한다. 개인 레저용은 최초 구입 이후 4년에 1회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선박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중소형 레저용 요트는 1회 평균 100만~200만원이 소요된다. 대형 요트는 크레인을 통해 육상으로 올리는 비용이 별도로 부과된다.

바쁜 선주들은 배의 유지·관리를 업체 측에 대리하기도 한다. 청소, 보관, 엔진 정비, 급유 대행 등의 관리 일체를 맡기는 것이다. 이렇게 배 한척에 들어가는 연평균 유지·관리, 보수·수리비는 1000만~2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요트 판매업자들은 “막상 요트를 구입하면 추가옵션과 세금, 비품 그리고 유지·관리비 등이 부가적으로 발생하므로 요트를 구입할 때에는 요트 선가의 20% 정도를 기타 추가 비용으로 책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인도까지 평균 6개월, 그 안에 취득하라”

자동차를 타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듯 요트도 조종 면허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라 최대 출력 5마력 이상의 동력 수상 레저 기구를 운항하려면 일반조종면허1급 또는 2급과 요트 조종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구분되는데 필기시험은 제한 시간 50분 내 선박·항해·안전·법규와 관련해 50개 문제가 출제된다. 합격 점수는 수상 레저업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1급 시험은 70점 이상, 일반 수상 레저 활동을 위한 2급 시험은 60점 이상이다. 일반 자동차 필기시험과 마찬가지로 합격률은 상당히 높다.

난관은 실기시험에 있다. 실기시험은 코스 운항 위주로 실시되는데 합격률이 50%를 채 넘지 못할 정도로 까다롭다. 요트 조종 면허 실기시험 코스는 직선과 변침, 후진 그리고 지형지물이 지그재그로 놓여 있는 S자 코스를 얼마나 신속·정확하게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요트를 구매했는데 면허가 없다면 구매 후 인도까지 평균 6개월이 소요되므로 그 기간 내에 조종 면허를 취득할 것을 조언한다. 40피트 이상은 직접 운항하지만 그 이상의 대형급 요트는 별도로 전문 항해사를 고용해 운영해야 한다.

또한 요트 등록을 위해서는 수상레저보험이 필수적이다.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자와 제삼자 모두가 보험을 적용받고 기본 보상 한도액은 1인당 1억원이며 자기 부담금은 10만원이다. 요트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선체보험’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선체보험을 취급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외국계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보험료가 비싼 편이다.
‘구입부터 운항까지’ 요트 즐기기 A to Z
◆영화표 한 장 값에 요트를

꼭 소유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모든 것을 ‘빌려’주는 렌털 시대다. 요트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도 요트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렌털 상품들이 준비돼 있다.

프러포즈 이벤트나 선상 파티 워크숍 등 다양한 모임 장소로 요트를 이용하고 싶다면 요트 렌털 업체들의 ‘요트투어’를 이용해 보자. 프리미엄 요트를 타고 여수 밤바다를 보거나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를 돌아보는 럭셔리 투어, 요트 위에서 통영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섬 투어, 바다 한가운데서 낚시도 하고 돌고래도 볼 수 있는 알찬 요트 투어들이 3만~10만원 등 다양한 가격에 준비돼 있다. 최근에는 요트 대여를 희망하는 모바일 이용자와 요트 선박 등록을 완료한 선주와 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O2O 스타트업들도 생겼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요트 투어 상품의 검색과 결제·예약 등이 가능해 간편하다. 요트북·요트탈래 등이 대표적이다.

승선에 그치지 않고 요트를 직접 운항해 보고 싶다면 관련 교육기관을 찾는 것도 좋다. 전국의 각 시·도에 있는 여러 교육기관들은 요트의 대중화를 위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요트 체험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포시에 있는 경기도요트학교는 요트의 이론과 실전을 모두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수도권 요트 동호인들의 성지로 불린다. 입문부터 초급·중급·마스터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해 준다. 교육 후 크루저 요트 대회에서 우승하는 수강생도 꽤 많다.

교육비용은 단기 요트 강습이 4만원(입문)부터 30만원(마스터)까지다. 크루저 요트는 킬보트 세일링(10만원)부터 자격증 연수반(25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강습 대신 요트 체험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 단돈 1만5000원(30~40분)에 요트 체험이 가능하다. 초급 이상의 수료자 또는 크루저 면허 소지자라면 2만5000~1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요트를 빌려 직접 운항할 수 있다.

poof34@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87호(2018.08.27 ~ 2018.09.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