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바꾸고, 덩치 키우고… '국민차 준중형'이 돌아왔다
준중형 차량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때 준중형 세단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생애 첫차를 사려는 이들의 ‘로망’이었다. 소형 세단이나 경차는 너무 작고, 중형 세단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2030세대는 준중형 세단을 꿈꿨다. 레저 활동이 잦은 젊은 세대는 준중형 SUV를 노렸다. 소형 SUV가 시장에 나오지 않을 시기였다.

소형보다는 내부 공간이 넓고, 중형보다 덜 부담스럽다는 준중형 세단 및 SUV의 강점은 어느새 약점으로 바뀌었다. 형님(중형 세단 및 SUV)과 동생(소형 SUV) 사이에 낀 처지가 되면서다. 세단 시장에서는 준대형 및 대형 세단 외엔 모두 침체기를 겪었다. 세단 자체의 인기가 시들해진 데다 세단을 사는 고객들은 보다 큰 내부 공간을 원하기 시작했다. 과거 ‘국민차’로 불렸던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판매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었고, 같은 회사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새 국민차로 자리잡았다. 준중형 SUV는 소형 SUV에 밀리기 시작했다. 중형 SUV의 인기도 갈수록 높아졌다.

판매량은 뚝뚝 떨어졌다. 국산 준중형 세단(해치백 포함) 판매량은 2010년 28만5203대에서 지난해 14만7651대로 줄었다. 7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국산 준중형 SUV 판매량은 2015년 11만9179대에서 지난해 9만6489대로 떨어졌다.

◆신차로 반전 노리는 준중형車

얼굴 바꾸고, 덩치 키우고… '국민차 준중형'이 돌아왔다
한동안 판매 부진에 시달렸던 준중형 세단과 준중형 SUV는 올해 신차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국내외 주요 자동차 브랜드는 잇따라 신형 준중형 세단 및 준중형 SUV를 출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다음달 6일 준중형 세단 아반떼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형 아반떼 디자인은 ‘지면을 스치듯이 낮게 날아가는 제트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날렵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전면부를 보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 모델에 비해 넓어졌고,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후면부의 가장 큰 변화는 번호판을 리어 범퍼(뒷범퍼)로 내리고, 그 자리에 아반떼 로고를 장착한 것이다. 신형 아반떼에는 △안전하차 보조(SEA) △운전자 주의 경고(DAW)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후방 교차 충돌 경고(RCCW) 등의 기능이 새롭게 장착된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준중형 SUV 투싼의 부분변경모델도 내놨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 등이 기본적으로 적용됐다. 음성인식 스피커를 활용해 원격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홈투카’ 서비스를 현대차 차량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출시 이후 2주일 만에 계약대수 5000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투싼의 월 판매량이 5000대를 넘기는 건 201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2월 준중형 세단 K3의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했다. 2월 이전에는 월 1500대 수준에 머물던 K3 판매량은 3월 이후 월 5000대 선으로 급증했다. 경차급 연비와 세련된 외형, 커진 차체 등이 인기 비결로 거론된다. K3의 공식 인증 연비는 L당 15.2㎞로, 경차인 모닝(L당 15.4㎞)과 비슷하다. 차체는 전장(길이) 4640㎜, 전폭(너비) 1800㎜, 전고(높이) 1440㎜ 등으로 기존 모델보다 커졌다. 기아차는 지난달 준중형 SUV 스포티지의 부분변경모델 판매를 개시했다. 새 모델이 나온 이후 하루 평균 계약대수가 전 모델 대비 약 20% 늘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입 준중형車도 나선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신차를 내놓는 대신 파격적인 가격 할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준중형 세단 SM3의 가격을 2000만원 이하로 내린 것이다. 일부 세부 모델은 소형차나 경차보다 가격이 저렴할 정도다. 한국GM의 준중형 전기차 볼트도 꾸준한 인기다.

수입 자동차 브랜드도 준중형 세단과 SUV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폭스바겐의 티구안은 지난 4월 출시되자마자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으로 등극했다. 매달 1000대 넘게 팔리는 중이다. 아우디의 준중형 세단 A3는 판매되기도 전부터 화제다. 아우디코리아가 A3를 파격 할인하겠다고 밝히면서 2000만원대에 A3를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결과다. 볼보와 재규어는 각각 준중형 SUV인 XC40과 E페이스를 새롭게 내놨다. 지프는 10년 만에 준중형 SUV 컴패스의 완전변경모델을 최근 출시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