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회사 우선, 회사는 직원 우선해야
'한국지엠주식회사(이하 한국지엠)'를 구성하는 세 가지 내부의 큰 축은 '개발-생산-판매' 부문이다. 소비자에게 판매할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인 만큼 이들 부문은 한국지엠 뿐 아니라 대부분 제조기업의 공통 사항이다.

그런데 구성원과 달리 '한국지엠'이라는 회사를 소유(?)한 주주는 GM, 상하이차, 산업은행이다. 이 중에서도 GM의 비중은 7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쉽게 보면 개발, 생산, 판매 총괄 권한을 가진 곳이 미국에 본사를 둔 GM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한국지엠은 GM의 전략에 따라 활용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GM은 한국지엠의 세 가지(개발, 생산, 판매)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여전히 GM 내에서 중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역할 증대를 결정하되 세 가지 부문에 대한 가중치는 달리했다.

먼저 생산은 군산공장 폐쇄가 보여주듯 축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남은 공장은 어떻게든 이익을 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가동율이 낮은 부평 2공장에 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간 7만5,000대의 소형 SUV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군산공장은 멈췄어도 부평과 창원 공장은 가동율을 최대한 올리겠다는 한국지엠의 절박함에 GM이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칼럼]한국지엠 생존하려면 '노-사' 입장 바꿔야

이어 연구개발 부문은 GM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컴팩트 SUV 개발을 맡김으로써 역량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아예 GM의 해외사업본부(GMI)를 한국에 옮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만큼 GM의 중요한 글로벌 사업장이 한국지엠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마지막 판매 부문은 다양한 제품 투입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중형 SUV 이쿼녹스를 비롯해 픽업트럭까지 GM이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한국 투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다행히 지난 5월 이후 쉐보레 컴백 전략이 추진됐고, 덕분에 내수 판매 또한 조금씩 되살아나는 중이다. 나아가 향후 5년 동안 부분변경 모델을 포함해 15차종 이상의 신제품을 내놓고 내수 1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회사와 노조 모두의 공통 목표는 일감 확보
-물량 배정은 GM 몫, 노사 손잡아야 요구 가능
-연구개발 능력 확충, 국내 생산 증대 기회 삼아야

그런데 '개발-생산-판매' 부문이 '한국지엠'이라는 지붕 아래에 하나인 것 같지만 엄밀하게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다국적 기업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세 부문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것이 아니며, 해외에서 개발됐다고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또한 판매는 개발 및 생산지와 관계없이 제품만 공급되면 사업 행위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한 지붕 아래에 있지만 부문별로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현대기아차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한국에서도 생산되고 미국에서도 만들어진다. 유럽 판매 차종도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비롯해 터키, 한국 등에서도 생산된다. 이처럼 여러 공장에서 생산된 차종은 각 나라 판매법인 요청에 따라 투입되는 사업 구조가 기본이다.
[칼럼]한국지엠 생존하려면 '노-사' 입장 바꿔야

이처럼 자동차산업에서 개별적인 부문이 자꾸 구분되는 흐름은 사업 지역이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다. 과거처럼 공장이 있는 곳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필요한 모든 나라에 제품을 투입하는 형태로 넓어졌다는 의미다. 따라서 개발 역량이 높은 사업장과 제품을 잘 만드는 공장의 역할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구조다. 각 나라 판매 사업장이 필요 차종을 요청하면 세계 곳곳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맞춤형으로 투입되는 게 지금의 자동차산업 흐름이다.

따라서 한국지엠 또한 하나의 지붕 아래에 '개발-생산-판매' 부문이 있지만 이들은 한 집에 같이 머물기만 할 뿐 GM 내에서 역할은 제각각이다. GM이 한국지엠을 '연구개발'과 '생산 및 판매'라는 두 개의 법인으로 나누려는 것도 결국은 각 부문의 지향점이 같지 않아서다. GM이 성장하려면 한국지엠의 각 부문별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고, 이 경우 다시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는 선순환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생산 부문이 반기를 들고 있다. 한 집에 살던 연구개발이 옆 집으로 이사를 한다니 GM 내에서 한국지엠의 역할이 줄어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논리다. 반면 GM은 연구개발 부문이 옆 집으로 이사하면 오히려 GM과 한국지엠 두 곳의 연구개발을 책임지며 역할이 증대돼 결과적으로 한국지엠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부문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함께 개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연구개발 부문이 한국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이 곳에서 새로 개발되는 제품은 한국 생산이 우선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무조건 반대'를 고집하는 것은 이제 다시 부활을 시도하는 한국지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래서 각 부문의 분할을 두고 노조와 회사가 서로 입장을 바꿔보라는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생산 부문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조는 회사 시각에서 분리 방안을 바라보고, 회사는 노조 시선에서 분리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두 가지가 명확하게 교차하는 지점이 있는데,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생산 증대다. 이를 위해 노조는 경영진 입장이 돼야 하고, 회사는 노조의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둘 모두 GM에게 개발 주체와 관계 없이 국내 일감 물량 확보를 요청해야 한다. 생산 물량 확대는 한국지엠에 결정권이 없어서다.
[칼럼]한국지엠 생존하려면 '노-사' 입장 바꿔야

따라서 노조는 오히려 자신들을 믿고 GM에 한국 생산 물량 확대를 요청해야 한다. 그런데 노조의 요구를 GM에게 전달하는 이는 노조가 아니라 한국지엠 경영진이다. 이들이 노조가 보여준 신뢰를 토대로 GM에게 일감의 한국 배정을 요구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내 개발역량이 높아졌으니 신제품 개발이 끝나면 한국 우선 생산의 목소리도 낼 수 있다. 쉽게 보면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 경영진이 GM 최고 경영층과 한국을 위해 싸울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 물량을 추가 확보할 수 없고, 다시 또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어서다. 반대로 물량이 늘어나면 문 닫은 군산 공장의 재가동까지 기대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지엠 지속 가능성의 중요 열쇠를 가진 곳은 회사 경영진, 그리고 소유권을 가진 GM이 아니라 한국지엠 노조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