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통계청 제공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통계청 제공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공방이 ‘통계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경질성 통계청장 인사로 야기된 논란이 국가 통계의 신뢰성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물러나는 통계청장 스스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언급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소득통계 표본 논란 속에서 갑자기 교체된 황수경 전 청장은 27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계청장으로서 통계청의 독립성·전문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왔다”며 “국가 통계는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함에 있어 기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전 청장 “통계 독립성 지켜야”

통계청 관계자는 “황 전 청장이 별도로 마련해온 이임사를 읽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며 “이외에 이임식에서 특별히 남긴 말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임식 후 황 전 청장은 기자들의 ‘가계동향조사 소득 통계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유를) 모른다. 그건 인사권자의 생각”이라며 “내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 말을 잘 들은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날 교체된 황 전 청장의 인사를 놓고 관가에서는 가계소득 통계의 표본 오류로 인한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통계청은 올 들어 소득 조사의 표본을 5500가구에서 8000가구로 확대했는데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소득분배 지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표본 설계의 적절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일각에선 표본 차이를 제대로 부각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소득주도성장 부작용 논란을 키웠다는 이유로 황 전 청장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호되게 질책당했다는 말도 나왔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가열시켰다. 그의 첫 발언이 소득주도성장을 통계로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강 청장은 청와대가 지난 5월 1분기 소득분배 지표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밝혀 문제가 됐을 당시 해당 자료를 제출한 인물이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야당 ‘통계 신뢰 훼손’ 총공세

야당 의원들은 이날 통계청장 경질을 놓고 국가 통계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통계청장을 임명할 때 소득주도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청와대가 밝혔는데 13개월 만에 경질한 이유를 국민은 다 안다”며 “국가통계는 신뢰와 정직이 생명이다. 통계를 소위 마사지하기 시작하면 국가 경제는 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통계청장을 경질했다”며 “국가 경제에 불이 났는데 불낸 사람이 아니라 불이 났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2분기 가계소득 동향이 1분기에 비해 격차가 벌어졌는데 통계청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다시 (표본을) 재조정한다고 하면 누가 그 통계를 믿겠냐”고 비판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통계청장을 표본 논란으로 교체한 건지, 청와대 마음에 안 들어서 경질한 건지 국민이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상적인 인사로 문책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소득분배가 악화된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가 표본 오류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된 게 기존 조사와 표본 수가 달라져 발생한 오류 아니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으며 통계청장에 대한 비판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도원/박종필/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