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한 통계 해석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구원 수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가계 평균 소득’과 ‘가계 총소득’ 증가율을 직접 비교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 통계청이 "틀렸다"고 지적했는데… 논란의 '가계소득 통계' 또 들고나온 장하성
장 실장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2000년을 기점으로 작년까지 한국 경제는 89.6% 성장했다”며 “그러나 가계 총소득은 69.6% 늘었고, 가계 평균 소득은 경제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1.8% 증가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가계소득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늘어나지 않은 이유로 “성장의 성과 중 가계소득으로 분배되는 몫이 크게 줄었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불평등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도 이런 주장을 종종 했다. 정책실장에 임명되기 나흘 전인 지난해 5월17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시 ‘1990년부터 2016년까지 26년간 가계 총소득은 186% 늘었지만 가계 평균 소득이 90% 느는 데 그친 것은 소득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장 실장의 글이 다음날 일부 언론에 소개되자 당시 통계청은 즉각 반박했다. 통계청은 우선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 가계 평균 소득 증가율이 가계 총소득 증가율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두 수치의 차이를 계층 간 불평등 확대에 관한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3~4인 가구보다 젊은 층, 노년층이 많은 1~2인 가구의 소득이 대부분 낮고, 분가(分家) 등에 따라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가계 평균 소득 증가율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000년 3.12명에서 지난해 2.47명으로 줄었다.

통계청은 또 가계 평균 소득과 가계 총소득은 작성 범위와 개념 등이 다른 통계에서 나온 수치로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가계 평균 소득 증가율은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나온 도시 2인 이상 가구당 실질소득 월평균의 변화고, 가계 총소득 증가율은 ‘국민계정’에서 가계부문 실질소득 총금액의 변화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통계청은 그러나 이번엔 장 실장의 주장에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장 실장이) 작년엔 대학교수였고, 지금은 정책실장이라는 차이 아니겠냐”며 “소득 통계 논란에 대한 대응 미숙으로 통계청장이 사실상 경질된 상황에서 어떻게 대들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