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 1위(자산 기준)인 SBI저축은행이 올 상반기(1~6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 2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연 24%로 떨어지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 등 ‘생산적 금융’ 분야를 강화해 거둔 성과다.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넘어섰다.
SBI저축은행, 中企대출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
◆기업·개인 금융 균형 성장

26일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순이익은 918억원으로 전년 동기(406억원)보다 126.1% 급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작년 전체 실적(889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부문별로는 개인금융 부문에서 330억원, 기업금융 부문에서 300억원, 기타 충당금 환입 등에서 288억원을 거뒀다. 건전성 역시 좋아졌다. 작년 말 12.41%였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6월 13.15%로 개선됐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금융 부문은 대출 총량규제와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 사업 환경 악화로 고전했다”며 “기업 대출 채권의 건전성이 개선돼 충당금이 환입되며 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이 처음부터 우량했던 것은 아니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일본 SBI그룹이 2375억원에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남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은 회사를 계속 괴롭혔다. 2013년 5292억원, 2014년에도 32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BI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013년과 2014년 다섯 차례에 걸쳐 1조274억원의 증자를 단행했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인수한 뒤에도 우발채무가 계속 발생해 증자가 불가피했다”며 “당시 증자 부담에 SBI그룹이 저축은행을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에 팽배했다”고 귀띔했다.

◆여신 절반이 기업 대상

SBI그룹은 저축은행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이를 위해 SBI저축은행은 2015년부터 기업금융 부문(대표 임진구)과 개인금융 부문(대표 정진문)의 각자대표를 두고 있다. 저축은행의 전통적 수익 기반인 개인금융에만 의존해선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SBI저축은행은 기업금융 부문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2015년 말 2조2573억원이던 기업 여신은 지난 6월 3조1222억원으로 8649억원 증가했다. 전체 여신 가운데 기업여신 비율은 55.8%에 달한다. 10~20% 사이인 다른 대형 저축은행과 비교된다. 특히 기업여신 가운데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89.7%로 대부분이다. 이와 함께 기업금융투자본부를 두고 메자닌 투자, 구조화 금융, 인수금융 등 전문성 있는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대출뿐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 편의를 도모하는 한편 생산적 금융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SBI저축은행은 수익을 배당하지 않고 핀테크(기술금융) 등에 재투자해 개인 고객에게 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핀테크 프로젝트 부서인 ‘B프로젝트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했다. 이 팀은 여수신 통합 모바일 플랫폼 구축, 비대면 상품 개발, 핀테크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연 9.9%대 평균 금리로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도하던 ‘사이다’ 같은 시장의 판을 흔드는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