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기준 불명확"…전속고발제 폐지 '악용' 우려
'시대적 요구 반영' 취지 공감…상의 등 입법예고 기간 의견 제출 방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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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4일 가격·입찰 담합 등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재계는 기업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함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변화하는 경제환경을 반영하고 혁신성장을 가속화한다는 개정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악재를 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를 반영한 대기업 규제는 선진국 사례에 비춰서도 과도한 데다 악용의 소지까지 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유정주 기업혁신팀장은 26일 "일부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돼 있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별위원회의 의견에서 일부 물러선 부분도 보인다"면서도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해서는 핵심적인 부분이 다 유지돼 기업에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 팀장은 특히 사익편취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는 특위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인데, 수직계열화를 통해 효율화가 돼 있는 대기업집단에서는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팀장은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게 마련인데, 이런 사업 재편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서도 "미국 포드나 스웨덴의 발렌베리처럼 외국에서도 공익법인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특히 우려했다.

경총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판단은 경제 영역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면서"일률적인 전속고발권 폐지는 위반 행위를 다툴 때 공정성과 신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단순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 오·남용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아직 개정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입법예고 기간에 기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한 뒤 정부에 의견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그나마 전문성을 갖고 기본적인 스크리닝을 거쳐 제재 수위를 결정했다"면서 "검찰이 이에 가세하게 되면 시민·노동단체가 이를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로, 검찰은 수사로 서로 규제 경쟁을 벌인다면 기업은 이중 압박을 받는 것 아니냐"면서 "'기업 옥죄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10대 그룹 계열사 관계자도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자는 법 개정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규제와 처벌이 한층 강화하고,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와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등으로 인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남발할 경우 경영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손해액 입증에 필요한 경우 영업비밀 자료까지 제출하도록 한 것은 큰 부담"이라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경우 대상을 확대하면서도 업계에서 요구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