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한식뷔페가 성장을 멈췄다. 매장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앞으로도 매장을 더 줄일 계획이다. 한식뷔페는 2014년 첫선을 보인 이후 약 2년간 손님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매장도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방문객이 크게 줄고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외식업계에선 한때 번성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나둘 문 닫는 한식뷔페… 패밀리레스토랑 전철 밟나
한식뷔페 “앞으로도 지점 더 줄이겠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한식뷔페 체인 ‘계절밥상’의 경기 시화이마트점이 지난 15일 폐점했다. 계절밥상은 지난달 31일엔 경기 용인죽전점, 서울 창동점, 강원 원주점, 서울 월곡홈플러스점, 부산 센텀시티홈플러스점 등 5개 점포를 접었다.

보름 사이 6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한때 54개까지 늘었던 계절밥상 전국 매장 수는 50개 밑(48개)으로 줄었다. 계절밥상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올해 계약이 끝나는 다른 점포 일부를 더 정리할 계획이다.

한식뷔페 2위 브랜드 ‘자연별곡’ 역시 올해 4~6월에 서울 도곡점과 명동점, 경기 미금점 등 3개 매장을 정리했다. 운영사인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가까운 곳에 다른 매장이 있어 상권 재배치 차원에서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금점은 자연별곡 1호 매장으로 상징성이 있던 곳이다. 3위 ‘올반’ 역시 올초 경기 일산 풍산점을 폐점했다. 이에 따라 올반의 전국 매장은 14개만 남았다. 2014년 2개 매장으로 출발한 올반은 이듬해 매장이 13개로 늘었고 이후 줄곧 15개 점포를 유지해왔다.

한식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급성장하던 한식뷔페가 시련을 겪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외식업계에선 골목의 맛집을 찾아가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주로 가족 단위 외식 공간인 한식뷔페를 찾는 발길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운영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한식뷔페 시장 쇠퇴에 영향을 미쳤다고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외식시장에서 한식뷔페의 입지는 어정쩡하다. 돈을 좀 쓰더라도 맛집을 찾는 수요층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수요층 사이에 낀 처지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맛집으로 소문난 곳에 찾아가 줄을 서서라도 먹는 수요와 가성비를 따져 편의점 도시락을 구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식뷔페 가격은 점심이 1만5000원대, 저녁이 2만5000원대인데, 두 수요층을 모두 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도 한식뷔페 성장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꼽힌다. 최저임금 인상과 재료비 상승 등으로 매장을 운영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한식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돼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대기업들의 추가 출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식뷔페가 한때 번성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였던 패밀리레스토랑은 2000년대 들어 매장이 급격히 줄면서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가정간편식·OEM으로 돌파구

한식뷔페를 운영 중인 회사들은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정간편식(HMR)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식뷔페 음식을 만들어온 강점을 살려 HMR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CJ푸드빌은 계절밥상 매장에서 판매 중인 불고기 돼지양념구이 국수 씨앗호떡 등의 메뉴를 배달해주기로 했다. 과거엔 생각지도 않던 배달의민족 요기요 우버이츠 등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에도 들어갔다. 10만원어치 이상을 매장에서 주문하면 직접 배달도 해준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켓컬리’에도 돼지곰탕 등 일부 제품을 시범 입점시켰다.

신세계푸드도 HMR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올반’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며 진출했고, 작년에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매장은 유기농 한식 메뉴를 알리는 등 주로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CJ푸드빌이나 신세계푸드와 달리 유통 기반이 취약한 이랜드파크는 HMR과 함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재후/김보라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