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추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SK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선대 회장이 훌륭한 경영인이었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이는 당신 사후에도 SK가 잘 커나갈 수 있도록 뿌리 내려주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를 증명해 기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친 최종현 회장의 20주기 추모식이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 최 회장은 추모식 인사말에서 “제 자신이 훌륭한 경영자라는 것은 아직 입증하지 못했지만 아버지가 훌륭한 경영자임은 입증한 것 같아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각계 인사 500여 명 모여 고인 추모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최종현 회장. /SK그룹 제공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최종현 회장. /SK그룹 제공
‘최종현 회장, 그를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등 가족을 비롯해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전현직 SK 임직원이 참석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와 박관용 전 국회의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정계·학계·언론계 등에서도 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되새겼다.

추모식은 최종현 회장의 업적을 다룬 영상으로 시작해 SK의 주요 사업을 소리로 나타낸 연주 영상, 고인과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 간 대담 영상이 이어졌다. 26분간 진행된 대담은 최종현 회장을 그래픽과 사진으로 합성해 구현했다. 고인의 기업관 국가관 인재관을 비롯해 SK의 경영철학인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과 SK의 사회적 가치 경영에 대해 염 총장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처럼 구성됐다.

행사 말미에는 최종현 회장이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홀로그램 영상 및 음성으로 20년 만에 환생해 참석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최종현 회장은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선경 시절부터 글로벌 기업 SK가 되기까지 청춘을 바쳐서 국가와 회사만을 위해 달려와 준 우리 SK 식구들 정말 수고가 많았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아버지 이름 딴 학술원 만들겠다”

영상으로 아버지를 다시 만난 최 회장은 “선대 회장은 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혜안과 변화를 만들어 가는 도전정신을 그룹의 DNA로 남겨주셨다”며 “SK의 철학과 경영 시스템을 담아 만드신 SKMS가 경영 활동의 길잡이가 돼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대 회장은 나라의 100년 뒤를 위해 사람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이 땅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계신 많은 인재들을 육성하셨다”며 “저도 미약하게나마 뜻을 이어가고자 새로운 학술재단인 가칭 ‘최종현 학술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오늘 이 자리가 추모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같이 만들어 나가는 자리가 된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더 큰 꿈을 꾸고, 더 크게 성장하며, 더 큰 행복을 만들 수 있겠다는 용기가 있는 한 선대 회장님이 꿈꾼 1등 국가를 만드는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