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23일(현지시간) 16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한 가운데서도 당초 발표한 대로 관세폭탄을 주고받은 것이다.

미·중은 지난달 6일부터 상대국 제품 340억달러어치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날 추가 적용 품목을 포함해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제품은 각각 500억달러 규모로 늘어났다.

미국은 이날 0시1분(미국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반도체와 관련 장비, 전자, 화학, 플라스틱 등 중국산 279개 품목에 25% 관세를 발효했다.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 관련 업종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은 추가로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해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하고, 품목 등을 확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지난 20일부터 열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우리가 더 많은 실탄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보복이 일부 있겠지만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055억달러에 달한 반면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300억달러에 불과해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더 많다는 의미다.

중국도 중국 시간으로 이날 낮 12시1분부터 16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미국의 관세 발효와 동시에 ‘동일 규모, 동일 강도’의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160억달러어치에 25% 관세를 매긴 것은 명백히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된다”며 “WTO 분쟁 조정 기구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추가로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국은 전날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데이비드 말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과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차관이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중국은 환율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