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저소득층 소득이 또 줄면서 소득불평등이 10년 만에 가장 크게 심해졌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고령화’ 탓으로 돌렸다. 1분기 저소득층 소득 감소 통계가 나온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었던 청와대는 이번엔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기획재정부는 23일 분배가 악화된 ‘2분기 가계소득동향’에 대해 두 장짜리 참고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작년 2분기 대비 7.6% 줄어든 데 대해선 “고령화와 업황 부진에 따라 1분위 가구에 무직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고령층이 1분위에 많고, 임금이 낮은 고령층 가구가 1분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1분위에서 70대 이상 가구주의 비중은 작년 2분기 35.5%에서 올 2분기 41.2%로 높아졌다. 기재부는 중국 관광객 감소 영향이 누적돼 도소매와 숙박·음식업 고용이 줄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재부는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 전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유연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의 경직된 노동정책이 저소득층 고용 축소와 소득 감소를 불러왔다는 전문가들 분석과는 상반된다. 기재부는 소득 5분위(상위 20%)의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10.3% 늘어난 데 대해선 “임금 상승폭이 확대됐다”고만 설명했다.

현장 해석은 다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면 이에 연동되는 성과급도 뛴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대기업 근로자가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올해 조사 표본이 달라져 작년 수치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통계 신뢰도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최신(2015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표본을 추출해 고령층 가구 비중이 늘었으니 직접 비교하지 말라는 설명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난 5월 1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엉뚱한 발언을 한 뒤 역풍을 맞았던 일 때문에 지표 해석에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내년 최저임금도 급격히 올려놔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대해 사과하기도 민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