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생활을 할 때는 규제 완화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는데 막상 원장이 되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군요. 책임을 맡고 있다 보니 모든 게 다 위험해 보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3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금융규제 완화 계획을 묻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금융감독 및 규제 완화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학자일 때의 생각과 금감원장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윤 원장은 “금감원의 1차적인 책임은 국가 위험을 책임지는 것인데 위험을 정의내리기 어렵다”며 “그렇다 보니 규제를 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의 틀을 네거티브 시스템(원칙적 허용·예외적 규제)으로 가야 한다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집단 지성을 모아 좋은 아이디어를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관해서도 생각이 다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자 시절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강조하는 등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원장이 된 뒤에 살펴보니 현 체제에서도 나름대로 (정책과 감독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학자 시절에는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금융에 대한 정부의 공적 영향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엔 금융권에 미치는 공적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고 봤다”며 “하지만 원장이 된 뒤엔 각종 리스크를 막기 위해 국가가 공적 수단을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