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22일(현지시간)부터 양국 차관급 무역 협상을 진행하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예정대로 강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양보를 얻어내기 전까지는 압박을 풀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美, 中과 마주앉았지만… '관세 포문' 더 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의 거의 절반에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6일부터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23일부터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10% 또는 25%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공청회도 지난 20일부터 엿새간 일정으로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액(5050억달러)의 절반이 고율 관세 대상이다.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산 금속 파이프에도 132%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것은 중국을 계속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국은 22~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차관급 협상을 진행한다. 데이비드 말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과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차관이 각각 대표로 나선다. 양국 간 공식 대화는 지난 6월 초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뒤 2개월여 만이다.

WSJ는 미국이 중국에 강온 양면전략을 쓰는 배경에 대해 “협상가(deal guy)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구체적이고 만족할 만한 제안을 받을 때까지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고 싸움을 독려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시그널이 엇갈리는 배경엔 미 재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간 노선 차이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대중 온건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한 하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그는 세계 무역 시스템을 바꾸려 하고 약간의 고통은 기꺼이 감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수입 자동차 관세 등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강온파 간에 이견이 있지만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중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며 “중국이 단기간에 미국보다 커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널리스트 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중 간 보복 관세 영향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0.2%포인트, 내년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측이 마주 앉아 평등하고 대등하며 신뢰를 기초로 한 상태에서 양호한 결과를 내는 데 주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리보(李波)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위안화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