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먹던 연화식, 가정간편식으로 나온다
앞으로 개인 소비자들도 ‘실버푸드’ ‘고령친화식품’ 등으로 불리는 연화식(軟化食) 제품을 백화점과 편의점 및 온라인몰 등에서 직접 살 수 있게 된다. 지금의 연화식은 식품회사들이 병원 등에 대량 공급(B2B)하는 형태로 판매하고 있지만 현대그린푸드가 국내 처음으로 소비자가 직접 살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았다.

◆국내 첫 가정간편식 형태의 연화식 등장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현대그린푸드는 24일부터 ‘그리팅 소프트(Greating Soft)’라는 브랜드를 통해 총 12종의 연화식 제품(사진)을 현대백화점을 통해 판매한다고 22일 발표했다. 국내에서 가정간편식(HMR) 형태의 연화식 제품이 나오는 건 처음이다. 판매 예정인 연화식은 ‘더 부드러운 소갈비찜’ 등 육류 3종, ‘뼈까지 먹는 동태조림’ 등 생선류 3종, ‘씹기 편한 호두’ 등 견과 및 콩류 6종이다.

병원서 먹던 연화식, 가정간편식으로 나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포화증기 방식의 조리를 통해 음식의 경도(硬度·물체의 단단한 정도)를 일반 제품보다 최대 10분의 1로 낮춰 씹는 힘이 없어도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며 섭취할 수 있다”며 “견과류 제품은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두부와 같은 식감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갈비찜의 식품 경도는 4.7, 동태조림은 6.0 정도로 두부(4.5)와 비슷하고, 호두는 15.0으로 바나나(31.0)보다 낮다.

가격은 특별한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반 HMR보다 2~3배 비싸다. 소갈비찜(700g)이 3만8000원, 가자미조림(500g)이 1만3500원 수준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이 제품을 우선 현대백화점을 통해 판매하고 경기 성남에 있는 연화식 전문 공장 증설이 끝나는 내년 초엔 제품군을 100여 개로 늘려 편의점 및 온라인몰 등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하림 등도 뛰어들 듯

현대그린푸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었던 연화식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끌어내면서 다른 식품업체들도 연화식의 B2C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은 내년 준공 예정인 전북 익산의 하림푸드콤플렉스에서 닭고기 연화식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도 하반기에 연화식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시장조사 결과 상당수 식품기업이 연화식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CJ제일제당도 서둘러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죽 서울우유 매일유업 아워홈 풀무원 대상 정식품 등도 연화식 시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체들이 연화식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인 국가다. 1980년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3.8%였지만 2015년엔 13%로 올라섰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 2050년 고령인구 비율은 35.9%로 높아져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 초고령 국가가 된다. 노인 1인가구도 2015년 120만 명에서 2030년 249만 명, 2045년 372만 명 등으로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통계청은 예상하고 있다.

한 대형 식품회사 관계자는 “고령화 선배격인 일본은 고령친화식품인 개호(介護)식품 시장이 매년 평균 18%씩 커지고 있다”며 “한국도 일본을 따라가지 않겠냐”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