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기업끼리 제품 가격을 짬짜미하는 등 중대한 담합행위가 발생하면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수사를 개시하는 ‘전속고발권 제도’가 38년 만에 일부 폐지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시민단체, 소액주주 등의 고발 남발로 경영에 집중해야 할 기업인이 수시로 검찰에 불려가는 일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檢·공정위 '두 개의 칼' 기업 겨눈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21일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중대한 담합행위(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단순 정보교환 같은 약한 수준의 담합은 전속고발권이 유지된다. 정부와 여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고발 남용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을 막자는 취지에서 1980년 도입됐다. 검찰은 기업 내부 비리조사를 이유로 줄곧 폐지를 주장해왔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시민단체, 소액주주 등도 고발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과징금 부과 등 공정위의 행정처분을 면제받더라도 사안에 따라 검찰의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기업의 사법 리스크만 커졌다”고 했다.

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합 등의 과징금 최고 한도를 두 배로 늘리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넣기로 했다. 규제 대상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한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현재 203개에서 441개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