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이 ‘홍대 시대’를 개막하면서 홍대 상권이 재조명받고 있다. 2~3년 전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홍대 임대료가 급상승하면서 영세 세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했지만 지난해부터 빈 건물을 찾아오는 패션·뷰티 브랜드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패션·뷰티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경쟁적으로 몰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아 쇼핑뿐 아니라 예술품 관람, 이벤트 참가 등 다양한 경험을 즐긴다. 기업들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발판으로 인지도를 높여 백화점, 쇼핑몰 등으로 매장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대 상권에 자리 잡은 패션 브랜드는 ‘스타일난다’ ‘아더에러’ ‘널디’ ‘87MM’ ‘로우로우’ ‘MLB’ ‘반스’ ‘오아이오아이’ 등 주로 캐주얼 브랜드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특성상 튀는 디자인의 캐주얼 및 스포츠 의류가 경쟁력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인 관광객이 튀는 디자인, 합리적 가격대의 국산 캐주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만 널디, MLB, 오아이오아이 등이 새로 매장을 열거나 리뉴얼했다. 커스텀멜로우, 아더에러, 스타일난다 등 일찌감치 홍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브랜드들은 체험형 공간, 전시공간 등을 확보하기 위해 매장을 새단장했다.

지난 5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MLB는 갤러리, 루프탑(옥상)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1~3층은 매장으로 사용하고 4~5층을 무료 대관 갤러리로 운영한다. 유동인구를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올해 3월 홍대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널디는 주요 소비층인 10~20대를 공략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널디보이의 집’을 콘셉트로 매장을 꾸몄다. 커피 등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공유하길 좋아하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김유진 널디 홍보팀장은 “이 공간은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브랜드를 알리고 경험할 수 있도록 꾸민 곳”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 H&M 버쉬카 포에버21 스파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도 홍대 상권에 가세했다. 이들은 2~4층에 달하는 대형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SPA는 가격대가 저렴한 데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가다가 쉽게 옷을 구입할 수 있다. 상권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스타일난다의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는 화장품 ‘3CE’ 매장부터 핑크색으로 꾸민 호텔층, 수영장층 등 독특한 콘셉트로 입소문이 났다. 부건에프엔씨의 뷰티 브랜드 ‘임블리’는 지난달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블리네’에서 설치미술작가 김도훈의 아트전을 시작했다. 무료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주차장을 전시장으로 꾸몄다. 또 매장 4~5층에 있는 ‘유올’ 카페에서 여러 작가와 협업 전시회도 연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