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첫 번째)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첫 번째)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연달아 경제팀의 불협화음을 질책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경제팀 팀워크를 강조하며 “고용 악화 해결을 위해 직을 걸라”고 한 데 이어 21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고용정책 등을 둘러싼 엇박자나 부적절한 언행을 삼가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기강 잡기는 여권과 정부 내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고용 악화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지 않다”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급기야 ‘정책 수정 검토’까지 언급한 데 이어 여권 내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둘러 봉합하지 않으면 정책 기조 자체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정부와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다.

◆경제팀에 ‘엇박자 내지 말라’ 경고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고용이 참담하다”며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나를 포함한 국무위원 모두가 자리를 걸고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치와 역할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일단 결론이 나면 그에 따라야 한다”며 “엇박자와 부적합한 언행이 더는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다른 일정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김 부총리를 겨냥한 경고였다는 게 총리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19일 ‘고용쇼크’를 주제로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정책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하다면 정책 수정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이 연말까지는 개선될 것이니 정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김 부총리는 이전에도 최저임금의 고용 및 분배 영향을 놓고 장 실장 등과 몇 차례 갈등을 빚었다.

◆김&장 논란 누그러질까

문 대통령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갈등으로 이른바 ‘김&장’ 논란이 생길 때마다 장 실장의 손을 들어주며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고수했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연이은 경고 역시 정책 기조를 확인하며 장 실장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짙다.

그렇다고 두 사람 간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김 부총리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저임금에 관한 질문을 받자 “최저임금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시장 수용성 문제나 한국 사회 안전망 미비, 자영업자 규모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재차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용상황은 이른 시간 안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 회복론’을 내세운 장 실장과 다른 관점을 내비쳤다. ‘장 실장과 경제인식과 진단이 같으냐’는 질문에도 “일률적으로 같다, 다르다를 말하기는 어려운 사항”이라며 어느 정도 견해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의 ‘직을 걸라’는 주문에 대해서도 “장 실장은 청와대 안에 있는 스태프(참모)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며 컨트롤타워가 본인임을 자임했다.

◆“앞으로 입 닫으란 말이냐”

경제부처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연이은 경고에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처의 한 실무자는 “대통령이 ‘공직자는 영혼을 가져야 한다’며 ‘정권 뜻에만 맞추지 말라’고 했는데 이제 와 결론에 어긋나는 의견을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론이 난 사안이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게 공무원의 역할인데 엇박자를 내지 말라는 건 공무원에게 문제 의식을 갖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논란이 이렇게 지속된다면 오히려 계속 의견을 개진하게끔 유도하고 끊임없이 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