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프로드를 체험해봤다. 오프로드를 잘 탄다고 소문난 지프 랭글러를 몰고 경기 포천에 있는 명성산으로 갔다. 명성산은 오프로드 동호회 사람들이 간혹 찾는 곳이다. 기자가 찾아가 보니 포천 약사계곡과 철원을 이어주던 비포장길이 지금은 막혀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정호수를 지나 철원 방향으로 가는 흙자갈길을 잠시나마 달렸다.랭글러는 험로 주파력을 자랑하는 정통 오프로더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시승차는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 직접 몰아보니 울퉁불퉁한 험로를 아주 가뿐하게 달리는 ‘터프가이’였다. 거친 길을 주행할 때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진동은 짜릿한 쾌감을 줬다.내외관은 군용차를 닮아 남성미를 뽐냈다. 겉으로 보기만 해도 아스팔트보다는 오프로드를 달리고 싶은 욕망을 부추겼다. 3.6L V6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 토크 35.4㎏·m를 낸다.서울과 포천을 잇는 47번 국도에선 고속 주행을 느껴봤다. 큰 몸집답게 힘은 좋지만 초반 가속에 경쾌한 맛은 떨어졌다. 오프로드 전용 모델이어서 승차감은 딱딱했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은 도심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많이 높아 시야 확보가 쉬웠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했다.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 돌려도 무겁게 반응했다.지프의 역사는 올해로 77년이 됐다. 조수석 글로브박스는 1941년부터 지프가 시작됐음을 알린다. 외관은 직사각형의 보디, 원형 헤드램프, 7슬롯 그릴 등 지프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한 실내 디자인은 다소 투박했다. 계기판 모양은 1980년대 승용차를 보듯 꾸밈이 없었다. 엔진 시동은 열쇠를 꽂아 돌려서 걸었다. 손으로 잡아당기는 사이드 브레이크 위에는 2륜에서 4륜으로 바꾸는 손잡이 장치가 달려 있다. 산악 주행에선 4륜구동으로 바꿔 안정감을 더 확보했다.내부 곳곳에 플라스틱 소재가 많이 사용돼 고급감은 떨어졌다. 무더위 탓에 분할 탈착이 가능한 하드톱은 사용해보지 못했다.대시보드 상단의 6.5인치 터치스크린은 후방 카메라 외에도 CD플레이어 기능을 지원했다. 오프로드 주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2장의 헤비메탈 음반을 시승 내내 틀었다. 1980년대 헤비메탈 장르를 개척한 AC·DC의 ‘백인블랙’과 메탈리카의 ‘마스터오브퍼핏’은 모험과 도전을 상징하는 랭글러와 잘 어울렸다. 가격은 4840만원.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호황을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親)기업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엔 휴가 중에 보잉과 페덱스, 펩시코,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찬을 하며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경청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CEO들에게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5%(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를 넘길 것이라고 자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휴가 중인데도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업 CEO들과 만찬을 했다. 만찬에는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 CEO와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CEO,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시스 CEO, 앨릭스 고스키 존슨앤드존슨 CEO,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 등의 기업인들이 초청됐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부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크리스 리델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참석했다.백악관은 “대통령이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으며 향후 기업의 우선순위와 계획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로, CEO들은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 5%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무역 정책을 나열하며 “미국 경제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새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연율 4.1%)보다 3분기가 더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마이클 맨리 피아트크라이슬러 CEO와 짐 코흐 보스턴맥주 회장 등은 감세와 규제 완화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S&P 500 기업 대다수는 올 들어 매분기 20% 이상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신차에 적용될 연비 기준을 2020년부터 2026년까지 갤런당 37마일(약 15.7㎞/L)로 동결해 자동차업계의 숙원을 해결해 주기도 했다.만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중국과의 통상전쟁과 관련해 협상을 제안했다. 미국 제조업협회(NAM)의 제이 티먼스 회장은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는 가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과의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CEO들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약간의 다툼이 있다”면서도 “결국에는 환상적 교역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 덕에 미국은 호황이지만, 다른 나라들은 미 정부의 감세 때문에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법인세율 인하(35%→21%)로 세계 각국이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걷는 세금이 최소 1.6%에서 최대 13.5%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알렉산더 클렘 IMF 조세정책국 부국장은 멕시코 일본 영국 등 미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가장 큰 세수 손실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인 지프가 10년 만에 완전 변경(풀 체인지)된 ‘올 뉴 컴패스’(사진)를 출시했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작지만 꽉 찬 기능을 접목했다.지난 17일 새롭게 돌아온 올 뉴 컴패스 리미티드를 직접 타봤다. 경기 파주시 일대 80여㎞를 달려봤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 성능이었다. SUV의 원조답게 오프로드(비포장도로)를 거침없이 누볐다. 이뿐 아니라 콤팩트한 차체는 도심으로 그 영역을 넓혔다.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외관 디자인이다. 투박함을 벗어던지고 세련된 멋을 냈다. 크기를 줄인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은 날렵한 인상을 줬다. 지프 상징인 7개 기둥으로 구성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잘 버무려 낸 결과다.한껏 끌어올린 트렁크 부분 C필러와 루프(지붕)가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다. 앞뒤 바퀴 펜더는 한눈에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대형 SUV ‘그랜드 체로키’와 닮은꼴이다.실내 인테리어는 변화 폭이 큰 게 특징이다. 송풍구가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종 패널) 양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8.4인치 내비게이션은 애플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됐다.이와 함께 빛으로 실내를 분위기 있게 채워주는 LED(발광다이오드) 앰비언트 라이트, 알파인 오디오 시스템, 전동식 텔레스코픽, 사각지대 감지 장치(BSM)는 그동안 지프에서 볼 수 없었던 편의 장치다.다만 반짝이는 재질의 하이그로시와 플라스틱 마감은 관리가 어렵고 미세한 잡소리가 나 다소 거슬렸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들어서니 묵직한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차체가 작아 운전하기 편하면서도 높은 시야 등 SUV 특유의 강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도심 주행 질감은 부드러워졌다. 스티어링 휠(운전대) 손끝으로 전해오는 회전 느낌이 좋았다. 그러나 가속 성능과 정숙함은 떨어졌다. 자유로를 지나 가속 페달을 꽉 밟았더니 엔진 회전수(rpm)가 치솟으면서 ‘우웅’하는 소리를 냈다. 반면 속도와 탄력은 붙지 않았다. 장착된 9단 자동변속기는 엇박자를 보이면서 답답했다.차의 성격을 감안해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는 2.4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 출력 175마력, 최대 토크 23.4㎏·m의 힘을 낸다.커다란 구조물을 넘는 오프로드 코스에 들어서자 ‘역시 지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점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단단한 차대(섀시)는 차와 하나가 되듯 직결감을 줬다. 지긋이 페달 답력만 유지하자 급경사, 비탈면도 쉽게 등정했다. 올 뉴 컴패스는 능동형 4륜 구동 시스템과 눈길 진흙 등 4가지 주행 모드, 뒤축 분리 기능, 언덕밀림지지(HAS) 등을 갖추고 있다.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L당 5.2㎞를 기록했다. 에어컨을 켜고 급가속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9.3㎞/L다. 이 차는 지난 17일 시장에 나온 뒤 1주일 만에 100여 대가 계약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판매 가격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3990만~4340만원이다.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