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가 지난 6월 말 실효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재입법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금융업계는 법원의 법정관리(회생절차)나 새로 만들어진 자율협약 등이 기촉법을 대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본지 8월16일자 A12면 참조

6개 금융協 "기촉법 공백 지속땐 기업 도산 급증"
은행연합회를 비롯해 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는 20일 “국내 경제가 내수부진, 유가상승,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기업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기촉법의 조속한 재입법을 건의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건의문을 전달했다.

6개 금융협회는 “기촉법은 구조조정 기업들이 신규 자금을 지원받고, 영업 기반을 보존해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적합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는 해당 기업에 낙인효과와 영업기반 훼손 등을 초래할 수 있어 기촉법을 대체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6개 금융협회는 건의문을 통해 “기촉법의 공백상황이 지속되면 채권단의 결집된 지원을 받지 못해 도산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기업이 급증하고 경제 활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은행 또는 제도권 금융회사만 참여하는 자율협약과 달리 기촉법은 대부업체, 공제조합 등 금융채권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채권자 구조가 복잡한 중소기업 등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채권단의 재정적 지원이 모험자본의 구조조정 참여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 활성화에도 필수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그동안 기촉법에 대해 제기돼 온 관치 논란 및 위헌소지와 관련해 “수차례 기촉법 개정을 통해 구조조정 절차에 대한 정부의 개입 여지를 없애고, 기업과 소액 채권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우려를 해소시켜 온 점도 감안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촉법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1년 처음 제정됐다. 이후 일몰로 인한 폐지와 재입법을 반복했다. 2016년 네 번째로 부활했지만 지난 6월 말 효력이 끝났다. 금융위원회도 위기 때 기업 지원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재입법을 주장했고, 지난 14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기촉법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6월 말 효력을 다한 기촉법을 대신해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 업무 협약’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이다. 협약에 가입한 금융회사는 전체 금융회사 387개 중 314개(81.1%)에 그친다. 운영협약은 가입한 금융회사에만 효력이 있어 금융업권은 기촉법 부활을 촉구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