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있는 키즈카페 ‘릴리펏’.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있는 키즈카페 ‘릴리펏’. /현대백화점 제공
맞벌이 부부 A씨는 10개월 된 아들을 ‘부가부’에 태운다. 부가부는 한 대에 100만원이 넘는 네덜란드의 유모차 브랜드. 인기 연예인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이 유모차는 품절이 잦아 A씨는 두 달을 기다려 샀다. 외출할 때엔 영유아 전용 화장품 브랜드에서 나온 선블록을 챙긴다. 아들에게 먹이는 밥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유기농 이유식. A씨의 자녀 계획은 아들 한 명이 전부다.

출산율은 매년 떨어지는 반면 아기를 대상으로 한 시장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반면 국내 유아용품 시장은 10년 새 세 배로 불었다.

점점 커지는 유아용품 시장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두 배로 늘었다. 올해 유아용품 시장은 3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신생아 한 명당 투입하는 금액도 2009년 270만원에서 2015년 548만원으로 증가했다.

훌쩍 커버린 4조 키즈 시장… 업계 프리미엄 전쟁
유아용품 시장의 성장은 초산 연령이 높아진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내 평균 초혼 연령은 1990년 여성 24.8세, 남성 27.8세에서 지난해 각각 30.2세, 32.9세로 뛰었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초산 연령도 올라갔다. 지난해 기준 국내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30.3세)보다 2년가량 높은 32세다.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낳는 만큼 경제적 여유가 더 확보되면서 아기에게 쓰는 돈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출산율 하락이 되레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부모뿐 아니라 양가 조부모와 삼촌, 이모들도 한 아이에게 지갑을 여는 ‘에잇포켓(8-pocket)’ 트렌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30대 미혼 고객들의 유아동복 매장 방문 횟수가 2011년 평균 4.4회에서 2016년 5.7회로 늘어났다”며 “조카들이나 친인척에게 선물하기 위해 아기용품을 사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유아 시장에 ‘눈독’

유통·식품업계는 유·아동 전문관을 넓히고 인기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월 천호점에 4000㎡ 규모의 ‘키즈 전문관’을 열었다. 프리미엄 키즈편집숍인 ‘쁘띠따쁘띠’를 비롯해 유·아동 의류 및 잡화, 가구 브랜드 등 80여 개 브랜드의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2016년 10층 전체를 아동 전문관 ‘리틀신세계’로 확장해 열었다. 리틀신세계 매출은 2016년 42.0%, 2017년 17.0% 늘어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시장이 넓어지고 있다. 신생 브랜드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부모들을 공략하기 위해 SNS를 통한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출산·육아 관련 브랜드를 전시하는 베이비페어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으로 육아 일상을 나누는 부모들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푸드 시장에 진출하는 식품업체도 늘고 있다. 롯데푸드 파스퇴르는 새 브랜드 ‘아이생각’을 선보였다. 이유식뿐 아니라 유아용 음료와 과자 등 간식까지 라인을 확대해 베이비푸드 전반으로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유아 시장의 성장이 소득 양극화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득일수록 아이를 더 낳고, 소비 규모가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소득분위 기준 상위 20%는 평균 출생아 수 2.1명을 기록한 반면, 하위 20%는 0.7명에 그쳤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