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가격이 올해보다 15~25%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격이 하락하면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D램 산업 전체적으로 ‘비트 그로스’(bit growth·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 증가율)가 수요 증가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 하락의 근거로 제조업체들이 생산성이 높은 10나노급 공정으로 빠르게 갈아타고 있는 점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신공장이 내년부터 생산을 본격화하는 점 등을 꼽았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올 4분기부터 D램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 3분기 대비 평균판매가격(ASP)이 1~3% 떨어진 뒤 내년에는 올해보다 15~2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품군별로 올 4분기 PC용 D램 가격은 최대 4%, 서버용 D램은 최대 2%가량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움직임에 힘입어 한때 ‘부르는 게 값’이었던 서버용 D램은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이 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최근 공급 부족 상태가 크게 완화됐다.

모바일 D램 수요는 애플 아이폰 신모델 출시 등에 힘입어 4분기에 5~1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수율을 개선한 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생산량이 늘어난 덕분에 수급 상황은 오히려 올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D램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램익스체인지도 내년 전 세계 D램 출하량이 올해보다 2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D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업계 전체 매출은 올해보다 소폭 증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의 D램 수요가 탄탄한 만큼 가격 하락이 새로운 수요를 이끌면서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