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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장사가 잘된다. 평일에도 줄을 설 정도다. 서울 신라호텔 ‘더파크뷰’, 웨스틴 조선호텔 ‘아리아’ 등 인기 호텔 뷔페는 대개 한 달치 주말 예약이 꽉 차 있다. 성인 한 명에 10만원 안팎으로 가격도 비싸다. 그러나 “값을 한다”는 평판이 더 많다. 인기의 이유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제대로 먹을 만한 요리만 골라 늘린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파인 다이닝’이란 콘셉트를 뷔페에 적용했다. 각 호텔 뷔페마다 꼭 먹어야 하는 ‘시그니처 메뉴’도 생겼다. 시그니처 메뉴만 찾아 일부러 방문하는 사람도 많다. 셰프가 그 자리에서 바로 요리해주는 코너도 늘고 있는 추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가 호텔 레스토랑 분야로도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지직송 식재료, 즉석에서 요리… '가심비 저격' 호텔 뷔페
메뉴 줄이고 식재료는 산지에서 공급

이런 호텔 뷔페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 중 하나가 신라호텔 ‘더파크뷰’다. 2006년 문을 연 뒤 국내를 대표하는 호텔 뷔페로 떠올랐다. 더파크뷰는 ‘음식 종류가 많은 게 미덕’이던 뷔페 레스토랑 트렌드를 바꿔놨다는 평을 듣는다. 종류가 최대 300개 이상인 다른 호텔 뷔페의 3분의 1 정도인 120여 개 메뉴를 운영한다. “음식 종류를 계속 줄이고 있다”는 게 신라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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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식재료의 품질을 높였다. 더파크뷰는 식음 기획자, 구매팀, 셰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산지를 방문해 식재료를 가져온다. 지난해 5월엔 ‘청산도 전복’, 9월 ‘영암 무화과’, 11월 ‘동해 대구’ 등의 식재료를 산지에서 가져왔다. 이들 식재료를 이용한 ‘제철 요리’는 더파크뷰가 내세우는 자랑 중 하나다.

작년 4월 문을 연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내 ‘온더플레이트’도 더파크뷰와 비슷하다. 메뉴 역시 120여 개 수준으로 적은 편이다. 대신 한 가지 요리를 하더라도 전문 레스토랑 못지않도록 집중하려고 한다. 예컨대 소고기 구이 요리를 재료에 따라 안심, 늑간살, 살치살, 부채살 등으로 다양화하며 전문 소고기집과 경쟁한다. 주방을 투명하게 만들어 셰프들이 요리하는 것을 손님들이 지켜볼 수 있게 한 것도 이 레스토랑의 특징이다.

지난 4월 리뉴얼 뒤 문을 연 서울 더플라자호텔의 ‘세븐스퀘어’는 최고급 식재료만 발굴하는 별도 팀을 두고 있다. ‘셰프헌터’란 이름의 이 프로젝트팀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개발한다. 이때 새로운 식재료를 이용한 신메뉴 개발도 이뤄진다. 각 요리에 맞는 플레이팅 기법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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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서 요리해 내줘

셰프가 그 자리에서 바로 요리해주는 것도 최근 호텔 뷔페 레스토랑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지난달 말 새 단장해 문을 연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 뷔페 레스토랑 ‘브로드웨이’는 셰프와 손님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스시 섹션에 가면 셰프가 “요즘은 민어가 제철이니 민어 초밥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참치 스시를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손님이 자기 취향의 요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릴 라이브’란 섹션에선 레어, 미디엄, 웰던 등 고기 굽기를 선택할 수 있다. 왕새우 꼬치구이 양갈비 등도 바로 그릴에 구워서 준다. 애피타이저→수프→샐러드→메인 요리→디저트 순으로 코스 요리처럼 메뉴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의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은 인터컨티넨탈 내 다른 레스토랑 수석 셰프들이 돌아가면서 대표 메뉴를 바꾸는 ‘아이 셰프 프로모션(I-Chef Promotion)’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이 행사는 11월24일까지 진행된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손님들 앞에서 참치를 통째로 해체한 뒤 다양한 부위를 바로 썰어서 내준다.

◆대게·베이징덕 등 ‘시그니처 메뉴’도 인기

각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시그니처 메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파크뷰는 값비싼 대게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것

로 큰 인기를 끌었다. 홍콩 유명 딤섬 식당 셰프 출신이 매일 8~9가지 딤섬을 제공한 것도 호응이 좋았다.

아리아는 양갈비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또 베이징덕 요리를 오리 전문 레스토랑 못지않게 하는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서울 영등포 쉐라톤 디큐브시티호텔은 최근 뷔페 레스토랑 ‘피스트’를 재단장하면서 ‘해산물 스테이션’이란 곳을 마련했다. 전복 가리비 대하 등 여섯 가지 해산물 찜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점 덕분에 가족 단위 손님이 특히 많이 찾는다. 소고기나 양갈비를 주문하면 구운 야채를 곁들인 코스 메인 요리처럼 내주는 것도 호응이 좋다.
산지직송 식재료, 즉석에서 요리… '가심비 저격' 호텔 뷔페
딸기 망고 등 특정 재료를 테마로 한 뷔페는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특히 좋아한다. 작년 말 ‘딸기 뷔페’를 각 호텔 레스토랑이 경쟁적으로 내놨다. 딸기 케이크부터 딸기 마들렌, 딸기 티라미수, 딸기 젤리 등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남산 인근 반얀트리 클랩앤스파 서울의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는 다음달 말까지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라이언 망고&망고 뷔페’를 운영하는데, 망고와 멜론을 재료로 한 30여 종의 디저트와 샐러드를 판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