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미·중 통상전쟁이라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수익을 거두기 위해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 따라 자산 다양화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글로벌투자전략 수석투자전략가(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불확실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하반기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미·중 무역 마찰”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불확실성 대비, 자산 다양화 해야"
브라이스 수석은 글로벌 무역전쟁의 향방을 읽기 위해선 미국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97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불과했던 중국 경제 규모가 성장을 거듭해 2022년에는 미국 GDP보다 150%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라 세계 경제패권이 걸린 갈등이 표출된 것이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산당의 정책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동을 예측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공급사슬의 한 축인 한국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브라이스 수석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기간 전에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조절하는 것일 뿐 아직 긴축으로 보긴 어렵다”며 “세계 경제가 경기 호황기의 후반부에 있는 것은 맞지만, 2020년까지는 대규모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미·북 회담 등 남북화해 이슈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라이스 수석은 “미·북 정상회담이나 남북한 정상회담 덕분에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한반도에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장기적으로 북한 내 중국의 영향력을 낮출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 문제를 투자 변수로 삼기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스 수석은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변수로 달러 환율을 꼽았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유럽이나 일본 시장의 주식을,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주식을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다. 브라이스 수석은 “역사적으로 미국이 독일 일본 등과 무역전쟁을 벌였을 때 미 달러의 약세로 결론이 나곤 했다”며 “이번에도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상하며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식(일본 제외)은 두 자릿수의 기업이익 성장률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 있는 좋은 투자상품”이라며 “포트폴리오의 방어적 구성 요소로 의미 있는 자산이라면 금리가 매력적이고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흥시장(EM)의 달러표시채권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브라이스 수석은 “주식과 채권을 기본으로 다양한 자산 확대를 통해 투자자가 기대하는 총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전략인 멀티 애셋 전략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국내 자산의 비중이 높은 한국 투자자들의 특성상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애셋펀드를 통해 글로벌 자산 다각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어 “멀티애셋펀드를 운용하면서 주식, 채권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자산 이외에 비전통자산 비중을 늘려 포트폴리오의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