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는 16일 미·중 무역협상이 이달 하순 재개된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난 5~6월 소득 없이 끝난 세 차례의 고위급 회담 이후 두 달 만에 이뤄지는 공식 협상이다. 중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협상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타협이 더 절실한 쪽은 중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중 관세전쟁이 본격화한 뒤 중국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두 달 새 13% 가까이 하락했고, 최근 발표된 2분기 투자와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2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4.1%에 달한 데다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도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6031개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카드를 여전히 갖고 있지만 중국은 보복 수단에서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5056억달러로, 중국의 대미(對美) 수입액(1304억달러)보다 네 배 가까이 많다. 왕이웨이 인민대 교수는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공산당 비공개 회의에서 더 이상 심각한 갈등을 피하자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중은 두 달 만에 재개하는 무역협상을 통해 치열한 힘겨루기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탈취 등 불합리한 무역 관행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을 요구하는 미국 요구를 중국이 얼마나 수용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없애고 지식재산권 탈취를 중단시키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엄포를 놨다.

협상 대표가 지난 6월 부총리·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됐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타협보다는 탐색전 형태의 대화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자국민들에게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온 만큼 미국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중 통상전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WSJ는 중국 당국이 언로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정국 운영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