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희 국세청장(오른쪽)이 16일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사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 청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작년 7월 취임 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한승희 국세청장(오른쪽)이 16일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사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 청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작년 7월 취임 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16일 발표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세정 지원책’은 국세청판 경제활성화 대책이다. 한승희 청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자영업자들이 세금 문제 걱정 없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심리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 침체에 따른 경영 악화가 자영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근 발표한 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52.5로, 역대 최저치였다. BSI가 100을 밑돌면 경기 악화 예상이 더 많다는 의미다.

연매출 3억 이하 식당 등 국세청 세무조사 안 받아
이번 지원책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569만 명의 세무검증을 내년 말까지 전면 유예하겠다는 게 골자다. 우선 연매출이 일정액 이하인 소규모 자영업자 519만 명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전체 개인사업자(587만 명) 중 89%에 해당하는 숫자다. 연매출 기준은 도·소매업 6억원, 제조·음식·숙박업 3억원, 서비스업 1억5000만원 등이다. 이미 세무조사 통보를 받았더라도 원하면 2020년 이후로 조사를 미룰 수 있다. 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의 신고내용 확인(사후검증)도 일절 하지 않을 방침이다.

매출이 업종별로 10억~120억원 이하인 소기업과 고용 인원이 업종에 따라 5~10명 미만인 소상공인 50만 명을 대상으로도 내년까지는 법인세 세무검증을 면제한다.

수입액이 많아 이번 지원 대상에 들지 않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세무조사 기간을 확 단축하기로 했다. 간편조사의 요건·대상 확대를 통해서다. 이번 조치로 거액의 세금 체납 기록이 있어도 간편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국세청은 일자리를 신규 창출하는 중소기업에도 세무조사를 유예하기로 했다. 고용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매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 계획을 접수하고 있다. 작년 접수한 기업만 1만7200곳(신규 창출 인력 5만2000명)에 달했다. 청년층을 고용하면 추가로 우대해줄 방침이다.

국세청은 또 혁신성장 세정지원단을 설치해 벤처기업 등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세금 납기 연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지원대책 취지에 맞지 않는 △부동산 임대업 △유흥주점 등 소비성 서비스업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예외로 했다. 제보 등을 통해 세금 탈루 혐의가 명백하게 확인되면 곧바로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고소득 자영업자 사이에서 탈세 등 도덕적 해이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