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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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BMW 차량의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여전히 1만 대 넘는 리콜(결함 시정) 대상이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어 ‘화차(火車)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밤 12시 기준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BMW 차량은 9만1000여 대에 그쳤다. 리콜 대상 차량 10만6317대 중 약 85.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지난 14일까지 안전진단을 마친다는 목표를 내놨으나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저조한 참여로 안전진단은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리콜 조치 때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맞물려 연락이 닿지 않는 차량 소유주가 있다”며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BMW 차량 화재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운행정지 명령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을 통해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차량에 대해 조치를 내렸지만, 여전히 1만5000여 대는 서비스 센터를 찾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이 있는 520d 등 BMW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더라도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 경찰이 주행 중인 차를 붙잡아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기초단체장인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하고,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운행정지 명령과 정부청사 주차 제한은 탁상행정임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발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대응 방법은 빠져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오락가락하고 있을수록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BMW 차량의 운행 자제를 권고한 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랴부랴 운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청와대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질타가 이어지자 떠밀리듯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BMW 차량 소유주들 사이에선 과도한 조치라는 반응도 나온다. 520d 모델을 타는 김모씨(36)는 “돈을 주고 차를 샀을 뿐인데 경제적 피해와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며 “정부 대응은 알맹이가 빠진 채 타지 말라고 강요만 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차량의 목록을 지자체에 통보한다. 지자체는 BMW 차량 소유주에게 등기우편으로 ‘안전진단 및 운행 정지 명령서’를 발송한다. 효력은 차량 소유자가 수령하는 17일께부터 발생하게 된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