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해외 선진국은 법원이 주도하는 공적 구조조정(법정관리)과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이끄는 사적 구조조정(자율협약)으로 구분해 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다만 해외 선진국들은 사적 구조조정 추진 때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과 비슷한 제도나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법정관리와 자율협약으로 양분된 구조조정 방식만으로는 신속한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채무기업 회생보다는 채권자 권리 보호를 중시하는 영국은 1980년대 초반까지는 법원 주도의 법정관리로 구조조정을 일원화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자 영국 정부는 1986년 도산법을 개정해 채권단의 사적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런던 어프로치’ 제도를 도입했다. 런던 어프로치는 기업 회생을 위해 채권단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으로, 한국 기촉법의 모델이기도 하다.

일본도 사적 구조조정 추진 때 모범규준인 ‘사적 정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까지는 사적 구조조정 추진 시 채권단에 모든 권한을 맡겼다. 하지만 일부 채권자가 기업 회생 대신 채권 회수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에 따라 2001년 정부 지시로 전국은행협회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수의 금융회사가 관여한 기업은 채권자와 채무자 간 합의를 토대로 기업을 회생시킨다는 내용이다. 법률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모든 금융회사가 이를 따르고 있다.

법정관리로 가면 신규 자금 대출이 끊기는 등 사실상 ‘죽은 기업’ 취급을 받는 한국과 달리 선진국들은 공적 구조조정 추진 때도 기업 회생에 주력하고 있다. 호주는 공적 구조조정을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와 채권단 주도의 임의관리제도로 구분하고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1993년 도입된 임의관리제도는 호주의 대표적인 구조조정 수단이다.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할 제3의 관리인을 지정한 뒤 채권단위원회를 구성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부실기업을 싼 값에 인수해 직접 정상화하는 벌처펀드가 활성화돼 있는 등 사적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사적 구조조정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대신 공적 구조조정에 워크아웃 제도를 더한 형태인 사전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적 절차 신청 이전에 자율조정을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어느 정도 합의했으나 소수 채권자가 반대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제도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