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도 국내 금값 20개월 만의 최저… "강달러 여파"
미국 달러화 강세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금값이 약 20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1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10일 KRX금시장의 금 값(금 현물 종가 기준)은 한 주전보다 0.14% 내린 1g당 4만3천980원에 마감했다.
무역전쟁에도 국내 금값 20개월 만의 최저… "강달러 여파"
앞서 9일 종가는 4만3천930원이었다.

이는 2016년 12월 19일의 4만3천790원 이후 약 20개월 만의 최저치다.

올해 KRX금시장에서 1g당 금값이 4만4천원 밑으로 내려간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금값 하락의 주된 원인은 달러화의 가치 상승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최근 연중 최고치(95.18)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7월 이후 달러당 1천12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달러당 1,063.50원이던 연초와 비교하면 약 5∼6% 오른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영향으로 금값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값이 상승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오히려 금값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전쟁 우려가 커지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면 일반적으로는 금 가격의 상승을 예상하게 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무역전쟁이 오히려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면서 금 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금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에 따른 수급 요인도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최근 금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달러화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금 투자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이어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야 금 가격이 오를 여지가 있는데 최근 달러화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어 금 가격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