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둬둬(多多). 최근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10위안(약 1650원) 정도에 괜찮은 물건을 살 수 있고 무료 배송까지 받는 공동 구매 서비스로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015년 10월 창업한 핀둬둬의 적극적인 이용자 수는 3억4400만 명에 달한다.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닷컴(약 3억 명)을 추월한 데 이어 1위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약 5억5000만 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6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기업가치는 238억달러(약 27조원)로 평가돼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으로는 2위를 기록했다.

핀둬둬의 성공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엔 상품 구성 기획자(MD)가 전혀 없다. 그 역할을 AI가 맡는다. 이를 통해 다른 기업이 넘보기 힘든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발굴하는 과정에서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中서 일상생활 곳곳 파고든 AI

중국에선 최근 쇼핑에서부터 여행, 금융, 치안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곳곳에 AI 기술이 스며들고 있다.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빙고박스 등 유통 기업은 앞다퉈 무인점포를 개설하고 있다. 여기선 주문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에 AI 기술이 적용된다. 징둥은 중국을 넘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첫 해외 무인상점을 열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 기차역엔 AI 얼굴인식 검표 시스템이 전면 도입됐다. 개찰구에서 역무원이 신분증과 기차표를 대조하던 방식 대신 얼굴 스캔으로 3초 만에 신분 확인이 끝난다. 지린성 창춘공항과 간쑤성 란저우공항에선 탑승수속과 보안검색, 수하물 처리에 AI 장치를 시범 적용하고 있다. 내년 10월 개통하는 베이징 신공항에서도 AI 얼굴인식 시스템이 본격 사용될 예정이다.

치안 분야에서도 AI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중국 경찰은 수만 명이 운집한 홍콩 가수 장쉐유의 전국 투어 콘서트장에서 AI 장치를 이용해 수배 중이던 범인 8명을 체포했다. 광둥성 선전에선 횡단보도에 AI 얼굴인식기를 설치해 무단횡단하면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벌금 메시지를 보낸다.
얼굴인식·무인점포·자율車… 中, BAT 드림팀 띄워 'AI 굴기'
◆BAT로 ‘AI 굴기’ 드림팀 구성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AI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미국을 넘어 세계 AI 혁신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고 핵심 및 연관산업 규모를 각각 1조위안(약 165조원), 10조위안까지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국가 차원의 AI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BAT를 선봉장으로 내세워 3년간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투입해 AI 허브를 구축한 뒤 AI 분야 생태계 조성과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바이두는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의 플랫폼 구축을, 알리바바는 스마트 도시 건설을 위한 플랫폼인 ‘시티 브레인’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텐센트는 의료 및 헬스 분야 플랫폼을 담당한다.

중국은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세계 AI 투자자금 152억달러 가운데 48%가 중국 기업에 몰렸다. 작년 중국의 AI 관련 특허 수는 1293건으로 미국(231건)의 다섯 배를 넘었다.

AI를 활용한 중국의 얼굴인식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빅브러더 사회’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사생활 보호보다 통제와 기술 발전을 중시하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관련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센스타임과 이투커지, 메그비는 AI 얼굴인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춘 3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센스타임은 기업가치가 45억달러로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AI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이투커지는 자사의 AI 얼굴인식 장치를 말레이시아 경찰에 수출했고, 메그비는 태국 은행과 경찰에 수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AI 인재 양성에도 총력

중국 정부는 AI 인재 육성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기업과 협력해 올해 말까지 AI 분야 교수 100명과 학생 300명을 길러내고 5년 뒤에는 그 수를 각각 500명과 5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2020년까지 중국 내 대학 100곳에 AI 전공 과정을 개설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AI 교재를 50여 편 제작하기로 했다.

기업 역시 글로벌 AI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바이두는 앞으로 3년간 연구개발(R&D), 제품 설계, 사업 응용 등 세 가지 분야에서 AI 인재 10만 명을 양성해내겠다고 공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과 지원, 대기업의 전폭적인 투자가 맞물려 중국에서 거대한 AI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에 비하면 한국의 전략은 초라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5월 앞으로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해 AI 전문 인재 50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