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대표 "크루셜텍, 일체형 지문모듈로 또 한 번 위기돌파"
스마트폰용 지문인식 모듈(BTP) 업체 크루셜텍의 지난해 매출은 1727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3200억원) 절반 수준이었다. 영업손실도 395억원에 달했다.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크게 나빠진 게 이유였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분위기를 탄 중국 업체들이 저가공세로 크루셜텍의 시장을 잠식했다.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사진)가 내놓은 대안은 과거 수차례 위기를 극복한 저력과 기술력에 기반한 신제품이다. 안 대표는 “올해 4분기 센서집적회로(IC) 일체형 지문인식 모듈을 출시하고 중국 시장 탈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IC칩 생산과 알고리즘 개발, 모듈 생산 등 생산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화면 전체가 지문인식 센서

크루셜텍은 2001년 창업 이후 여러 번 위기를 맞았다. 모바일 광마우스를 개발한 창업 초기에는 닷컴버블 붕괴로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광마우스인 옵티컬 트랙패드(OTP)를 개발, 블랙베리 등에 독점 공급할 때도 위기는 있었다. 애플 아이폰 등장으로 터치스크린 입력 방식의 스마트폰이 주류가 되고, 블랙베리가 모바일 시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2012년께 일이다. 안 대표는 “당시 적자에도 100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해 지문인식 모듈을 개발해 회사를 살려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스마트폰 지문인식 시스템은 크루셜텍 매출을 2015년 2625억원, 2016년 3200억원으로 올려줬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주요 고객사였다.

안 대표는 “크루셜텍은 R&D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회사”라며 “투트랙 전략으로 지문인식 모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IC일체형 제품은 연간 12억 대에 달하는 중저가폰 시장이 타깃이다. 안 대표는 “지문인식 모듈에 들어가는 센서IC를 4분기부터 자체 생산한다”며 “전체 모듈 가격을 경쟁사 대비 절반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3~4년 전부터 준비한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모듈(DFS)은 고급형 제품에 적용할 제품이다. DFS를 적용하면 특정 부문에서만 인식되는 기존 지문인식 모듈과 달리 스마트폰 화면 전체에서 지문인식이 가능하게 된다. 안 대표는 “100 건이 넘는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메디컬 신사업 진출

크루셜텍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바이오메디컬 사업도 준비 중이다.

안 대표는 “빠르고 정확하게 생체정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메디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람이 호흡하면서 내쉬는 숨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응용 분야가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는 초소형 비접촉식 체온계도 개발했다.

미국 휴스턴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미국 의료용 수술로봇 업체와 함께 수술로봇도 공동개발하고 있다. 그는 “크루셜텍은 설립 이후 세계 최초의 제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기계 설비를 직접 만들었다”며 “수술로봇의 양산기술 개발에도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크루셜텍이 2020년 사업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수술로봇은 곡선으로 인체에 삽입해 수술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안 대표는 “곡선 수술이 가능한 수술로봇은 내시경 형태로 수술을 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