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7~8월 전기요금 한시 인하 대책을 7일 발표하면서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작년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각 가정의 전기료 부담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요금을 깎아주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2761억원을 정부나 한국전력이 부담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란 지적이 있다.

"전기료 폭탄 없었다"면서 요금 깎아준다는 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2~26일 전력 사용량 검침을 받은 419만 가구(전체의 20%)의 7월 전기료 고지서를 분석한 결과 43%인 179만 가구는 작년 7월에 비해 요금이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46%인 194만 가구는 요금 상승폭이 1만원 미만이었다. 조사 대상 가구의 89%가 전기료가 크게 오르지 않거나 줄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전기료가 작년보다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요금 부담을 우려해 냉방기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기료 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여론에 등 떠밀려 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백 장관은 “(조사 시기가 지난달 26일까지인데) 국민들이 폭염을 (냉방기기를 안 켜고) 견디는 것 같다”며 “가구마다 전기 사용 패턴이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전기료 증감) 평균치가 평균을 대변하긴 어렵다”고 했다.

전기료 인하로 사용량이 늘어나면 여름철 전력 수급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는 지난달 24일 역대 최고인 9248만㎾를 기록했다. 여기에 누진제 완화에 따른 증가 예상분 170만~200만㎾를 더하면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9400만~9500만㎾ 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백 장관은 “냉방기 사용 증가에다 휴가를 마친 기업의 조업 재개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료 한시 인하에 따른 부담을 누가 질지도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백 장관은 “에너지특별기금을 활용하거나 폭염을 재난의 하나로 보고 재난 관련 예산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한전이 먼저 비용을 부담하고 법안이 통과되면 한전에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