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점포 수를 4분의 1로 줄이는 지점 통폐합 실험을 했다. 디지털 시대 대면거래가 급감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지만 걱정도 많았다.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은 물론 고객과 직원들이 대규모로 이탈해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어난 73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고객과 지점 이탈도 거의 없었다. 지난해 126개 소비자금융 점포 중 90곳을 통폐합한 뒤 받아든 성적표다.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점포 수를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지만 디지털 역량과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강화한 덕분에 씨티은행을 떠난 고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박 행장은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것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한 옴니채널 체계 덕분에 적은 지점으로도 소비자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디지털 영업을 적극 강화한 것이 고객 이탈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6월 간편함을 극대화한 ‘씨티 뉴 인터넷뱅킹’을 출시하고, 자사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인 ‘씨티모바일’을 지속적으로 개편하면서 비(非)대면 영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지점을 찾기 어려운 WM 고객을 위해서 올초에는 원격거래서비스를 내놨다. 이는 태블릿PC를 든 상담전문직원(RM)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영업과 상담을 하는 서비스다. 요청이 있으면 RM들이 고객을 찾아 ‘재무 왕진’을 가는 셈이다. 근무 시간도 유동적이다. 고객이 원하면 오후 7시까지도 찾아간다. RM은 단순한 금융상품 설명을 떠나 투자·보험·세무 등 다양한 분야의 상담을 한다. 박 행장은 “앞으로 전문 교육과정을 거친 일반 행원을 RM으로 전환해 상담전문인력을 대폭 늘릴 생각”이라고 밝혔다.그는 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없었음에도 지난해 점포를 줄이면서 임차료 등 관리비가 연 100억원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며 “2020년까지 신규 고객의 80%를 디지털 채널로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이 크지 않아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온라인 WM 서비스도 확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행장은 “2020년엔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액 자산가들의 WM 서비스를 상당 부분 제공할 예정”이라며 “연내에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점검해 앱에서 자동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경남은행이 지난 5년간 대출자의 소득정보를 누락하거나 실제보다 적게 입력한 뒤 잘못된 금리를 적용해 25억원가량의 이자를 더 거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직원들의 입력 오류로 대출이자가 과다 부과된 건수는 1만2000건에 달했다. 경남은행은 단순 전산입력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KEB하나, 씨티 등 다른 시중은행보다 적발 건수가 월등히 많아 ‘금리 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3개 은행, 26억원 부당이득경남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3개 은행은 26일 잘못된 대출금리로 부당하게 이자를 더 낸 대출자 수와 금액, 관련 상품 등을 공개하고 환급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이 환급해야 할 이자액은 총 26억6900만원으로 다음달 해당 대출자에게 돌려줄 예정이다.이들 중 경남은행이 적발 건수와 이자환급 규모가 가장 컸다. 경남은행은 2013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취급한 가계자금대출 중 6%에 해당하는 1만2000여 건에 대해 적정 수준보다 많은 이자를 부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과다 청구 사례가 많아 대출자 수, 추가 부과이자액 등 정확한 수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경남은행 관계자는 “지난 5월 말 금융감독원이 ‘고객정보 전산등록 현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대출금리 산정 오류가 발견됐다”며 “대출 고객의 연소득을 입력할 때 증빙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소득금액을 누락하거나 적게 입력하면서 산출금리가 실제보다 높게 책정돼 이 같은 실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체 점검하고 있어 아직 고객에게 통보하지는 않았다.경남은행은 시중은행보다 고객 수가 적고 대출 취급 규모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적발 사례가 많아 단순 실수보다 의도적으로 금리 조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경남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입력 오류뿐 아니라 전산 시스템이 미흡해 진상조사를 하는 데도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며 “앞으로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직원 교육 등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과다 이자 다음달 모두 환급”KEB하나, 씨티 등 2개 은행도 다음달 과도하게 거둬들인 이자를 환급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9개 은행 대상으로 벌인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에서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적발된 사례 가운데 KEB하나은행은 최대 844만원, 씨티은행은 최대 200만원의 이자를 더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KEB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일부 영업점에서 부당하게 최고금리를 적용해 이자를 더 거둔 건수가 252건, 환급해야 할 이자액은 1억5800만원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개인사업자 대출 200건, 가계대출 34건, 기업대출 18건 등으로 조사됐다. 씨티은행은 2013년 4월∼2018년 3월 취급한 담보부 중소기업대출에 담보대출 원가 대신 신용대출 원가로 적용해 금리가 과다하게 청구된 건수가 27건, 추가로 부과한 이자금액은 1100만원이라고 밝혔다.국민, 신한, 우리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은 이번 ‘대출금리 조작’ 논란에서 빠졌지만 금융감독원이 전수 조사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별도로 환급조치 공문을 받지 않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전수 조사를 통해 또 다른 과다 부과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안상미/김순신 기자 saramin@hankyung.com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돼 은행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회공헌사업이 외국계 은행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외국계 은행들이 예정에 없던 재원을 조달하려니 외국인 이사들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해서다.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은행 공동 사회공헌사업에 쓰이는 5000억원을 은행별 당기순이익 규모 기준으로 걷기로 결정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5000억원 규모의 은행 공동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5000억원을 세부적으로 보면 △일자리 창출 목적 펀드 3200억원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협약 보증 1000억원(신용보증기금 추가 출연) △전국 어린이집 20곳 설립에 300억원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사업 출연 500억원 등이다.은행연합회가 주도해 은행들이 함께 하는 사업은 통상 회원 은행의 자산, 예금잔액, 당기순이익 등을 가중평균해 정한 경비분담률을 기준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번엔 기준이 당기순이익으로 바뀌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이 비용 분담 기준을 당기순이익으로 바꿔달라고 은행연합회에 요청했다”며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도 다른 은행장들에게 도와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한국씨티은행장까지 나서서 기준을 바꾼 이유는 이렇게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경비를 덜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은행연합회 경비분담률은 3.7%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산출한 분담률은 2.8%다. 공동사업 규모가 5000억원이면 기준 변경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의 부담은 185억원에서 140억원으로 45억원가량 줄어든다.한 은행장은 “한국에만 있는 은행 공동 사회공헌사업에 대해 미국 씨티은행 본사가 글로벌 표준이 아니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박 행장으로선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한 임원은 “외국계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권 공동사업은 말이 안 된다고 여긴다”며 “사실상 준조세로 여기는 그들의 판단에도 일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험사 중에서도 메트라이프생명과 푸르덴셜생명 등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박 행장은 이와 관련해 “정부나 연합회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한국씨티은행이 참여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경비 분담 방식은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