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은 시기에 발표할 듯"…형식·시기 놓고 '고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회동에는 결국 삼성의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

이른바 '투자 구걸' 논란이 일면서 일단 '보류'된 것으로, 삼성전자는 발표 시기와 형식을 놓고 또다시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회동에서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정부와 삼성전자가 상당 기간 조율을 했기 때문에 투자·고용 발표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늦지 않은 시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최종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측은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투자·고용 계획이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에 따라 추진됐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 국빈 방문 중에 삼성전자 현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에게 직접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도 회동' 직후부터 중장기 투자·고용·사회공헌 방안을 마련했고, 관련 정부부처와의 조율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로 '이벤트'는 무산됐지만 필요성에는 양측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경제 심리가 침체된 가운데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고용 발표로 분위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보고서 등에 따르면 국내 설비투자 지수는 지난 3∼6월 계속 하락했다.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17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모두 좋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런 가운데 대규모 투자·고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대기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보류'된 투자·고용 계획 발표를 가능하면 빨리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신세계그룹 등의 경우 김 부총리의 현장 방문을 계기로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 형식을 통해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삼성전자는 자체 발표 형식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이날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동행한 만큼 내용은 더 광범위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른바 '기업 팔 비틀기' 논란으로 정부와 삼성전자가 모두 난감한 입장에 빠진 셈"이라면서 "특히 이제 공을 넘겨받은 삼성으로서는 발표 형식과 시기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연 만난 이재용, 투자·고용 계획 언제 내놓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