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울산에 건설하고 있는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이 하반기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이 울산에 건설하고 있는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이 하반기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에쓰오일은 석유 화학 부문에 약 5조원을 투자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유가 움직임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정유 부문 외에 비(非)정유 부문을 확대해 실적을 안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쓰오일, 5조 투자 '잔사유 공장' 상업 가동 본격화
에쓰오일이 울산에 조성하고 있는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 고도화 시설과 올레핀 다운스트림(RUC·ODC) 프로젝트가 올해 상반기 기계적 준공을 하고 하반기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프로젝트에는 총 4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2015년 공사계획 발표 당시 단일 플랜트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사 부지만 110만㎡, 사용된 철근 무게는 11만t으로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11개 세울 수 있는 분량이다.

이 프로젝트는 부가가치가 낮은 잔사유를 원료로 프로필렌, 휘발유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고도화 시설(RUC)과 폴리프로필렌(PP),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ODC)을 함께 건설한다. 원유에서 휘발유 경유 등유 같은 경질유를 뽑고 나면 벙커C유와 아스팔트 원료인 중질유(잔사유)가 남는다. 이를 RUC에 투입하면 경질유와 함께 석유화학 기초유분 중 하나인 프로필렌(플라스틱·합성섬유 소재)을 얻는다.

ODC는 프로필렌을 공급받아 PP와 PO를 생산한다. PP는 잘 늘어나면서 충격에 강해 필름, 섬유, 자동차 범퍼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PO는 자동차 내장재와 냉장고 단열재 등으로 활용되는 폴리우레탄의 기초 원료다.

에쓰오일은 이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RUC·ODC가 올 하반기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매일 2만1000배럴의 휘발유를 생산한다. 기존 설비에서 프로필렌을 연간 20만t 생산하고 있지만 RUC가 가동되면 매년 70만t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추가 생산분을 원료로 삼아 PP와 PO를 각각 연간 40만5000t, 30만t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KC가 독점 생산하는 국내 PO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6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 비중이 현재 14%에서 19%로 늘어나고, 원유 가격보다 저렴한 중질유 비중은 12%에서 4%로 대폭 줄어든다.

석유화학제품 포트폴리오도 현재 71%를 차지하는 파라자일렌이 46%로 줄고 올레핀 제품이 37%로 늘어나는 등 균형 잡힌 구조를 갖추게 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