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점 점주가 직접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모집을 포기한 편의점.  /한경DB
한 편의점 점주가 직접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모집을 포기한 편의점. /한경DB
A편의점 본사의 점포개발부는 출점 후보지역과 상권을 분석해 놓은 ‘전국 편의점 지도’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점포 수 확대를 위한 일종의 상황판이다. 이 편의점은 향후 5년 내 점포를 2000개 이상 더 늘린다는 내부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10.9% 인상된 8350원으로 최근 확정되면서 편의점 본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출점 등 사업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면 점포 수익성이 악화되는 만큼 신규 점포를 운영할 점주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국내 5대 편의점의 7월 말 기준 점포 수는 4만1173개다.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올라 출점이 줄었는데도, 작년 말과 비교하면 1896개나 늘었다. 업계 양강인 CU(1만2946개)와 GS25(1만2844개)의 점포는 각각 1만3000개에 육박했고, 세븐일레븐(9540개)은 1만 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편의점 본사 "점포 더 늘려야하는데… 새 점주 유치 비상"
편의점업계는 1~2인 가구의 증가세와 맞물린 편의점의 유통채널 경쟁력을 고려하면 국내 편의점이 6만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동네슈퍼나 구멍가게의 편의점 전환 여지와 다른 자영업자들의 편의점 창업 수요 등을 감안한 수치다. 편의점 시장 포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본사들이 2000~3000개씩 더 점포를 확대하려는 배경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및 신규점 예상 수익 악화로 이런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실제로 CU GS25 세븐일레븐 등 3대 편의점은 올해 들어 새 점포 계약을 위한 점포의 최저 예상 매출을 하루 13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10% 이상 높였다. 점주가 점포를 임차하는 ‘점주임차형’ 점포의 경우 하루 150만원어치의 물건을 팔 수 있어야 계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다.

B편의점 관계자는 “본사가 초기에 투자한 인테리어 공사비 등을 일정 기간에 걸쳐 회수하고, 본사와 점주가 적정 이익을 나누려면 하루 예상 매출이 150만원은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본사도 점주도 모두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본사로서는 점포 수는 늘려야 하는데, 기준을 충족하는 대상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기존 점주 보호를 위해 편의점 본사들이 꺼내든 근접출점 자율규제 추진도 선후발 업체 간 다른 이해관계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편의점 본사들이 회원인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곧 자율규약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금은 동일한 브랜드 간 250m 이내에 신규 점포를 내지 않는데, 다른 브랜드 간에는 거리를 더 좁혀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근접출점 제한에 대한 편의점 간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CU GS25 등 이미 점포 수를 늘려 놓은 편의점은 찬성하는 데 반해 후발 주자로 공격적인 점포 확대가 필요한 이마트24는 부정적이다. 이마트24의 7월 말 기준 점포 수는 3320개로 작년 말(2652개)보다 668개나 급증했다. 2020년 점포 수 목표는 6000개다. 이마트24는 편의점협회 회원사도 아니다. “이마트24가 빠진 자율규약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