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2000억~1조3000억원 수준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각 은행의 대손충당금 규모가 상당히 차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상반기 순이익 비슷하지만 충당금은 천차만별
올 상반기 최대 순이익을 낸 은행은 국민은행(1조3533억원)이었다. 다음으론 신한은행(1조2718억원), 우리은행(1조2369억원), KEB하나은행(1조1921억원) 순이었다. 최근 3년간 4개 은행의 순이익은 모두 증가세를 보이면서 비슷해졌다.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 확대도 있지만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등이 줄면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전체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은행별 대손충당금은 제각각이었다. 대손충당금은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회계장부상 표시하는 준비금을 가리킨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은 은행업과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쌓도록 돼 있지만 부실 수준은 은행들이 재량껏 판단하기 때문에 일정 한도 내에서 더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적립한 은행은 신한은행으로 1217억원이었다. KEB하나은행도 1148억원을 쌓았고, 국민은행은 146억원을 적립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1511억원으로 기존에 쌓았던 충당금을 이익으로 환입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충당금 차이는 2700억원을 웃돌았다.

이처럼 은행별 충당금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금호타이어 대출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신한, KEB하나, 국민은행은 금호타이어 채권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회수의문’으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 대출 분류를 ‘회수의문’에서 ‘요주의’로 전환해 1900억원의 충당금을 환입했다. 대출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충당금 비율은 요주의가 7~19%, 회수의문은 50~99%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리은행의 경우 금호타이어가 새 주인을 찾고 자본을 확충해 향후 손실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본 것 같다”며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대출 회수를 5년간 유예해준 데다 금호타이어의 이익창출능력을 평가하는 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진단했다.

안상미/김순신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