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용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해온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와 올 하반기 후판 가격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인상폭은 제품별로 t당 5만~7만원으로 알려졌다. 인상분을 반영하면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은 t당 60만원대 초반에서 60만원대 중후반으로 오를 전망이다. 인상분은 지난달 공급 물량부터 소급 적용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보통 6개월마다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연속으로 후판 가격을 인상했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주장한다.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7~2008년 t당 100만원을 웃돌던 후판 가격은 2015년 이후 t당 50만원 선으로 반토막 났다. 건설·기계 등 산업용으로 유통되는 일반 후판(t당 75만원)과 비교하면 20%가량 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후판 사업에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조선업계를 배려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후판 사업 적자가 심해져 2011년 1후판 공장을 폐쇄했다. 2015년에는 2후판 공장 문을 닫았으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주가 회복되고 있지만 지금 수주하는 물량은 12~18개월 뒤 건조가 이뤄진다”며 “여전히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은 부담된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