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자리 없는 한국 公試 학원 >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한국에선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열린 9급 공무원 시험 대비 설명회에 수험생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다.  /한경DB
< 빈자리 없는 한국 公試 학원 >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한국에선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열린 9급 공무원 시험 대비 설명회에 수험생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다. /한경DB
한국과 일본은 대표적인 관(官) 주도 국가로 꼽힌다. 그만큼 관료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사뭇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일본은 경제 호조로 민간 일자리가 넘쳐나면서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최악의 청년 취업난 속에 여전히 공무원 인기가 상한가다. 두 나라의 공무원직 선호도에 대한 젊은이의 상반된 성향은 머지않아 경제 역동성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공시 목맬 때… 日청년 "공직보다 기업"
3일 일본 공무원 선발·관리를 총괄하는 인사원에 따르면 한국의 행정·외무·기술고시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국가공무원 종합직’은 올해 지원자가 1만9609명으로 1970년 이후 4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6년(4만5254명)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지원자가 줄었다. 경쟁률도 10.9 대 1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출신 공무원 합격자 비율도 크게 줄었다. ‘도쿄대 나오면 관료가 돼야 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일본에서 공무원 인기가 식은 이유로는 민간 기업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등 고용환경 개선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민간에 비해 처우가 떨어지는 데다 답답한 공직보다는 민간 기업에서 자아를 실현하겠다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린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선 민간 일자리 부족에 따른 취업난을 반영해 안정적인 공무원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267명을 선발하는 국가공무원 5급 행정고시에 1만609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40 대 1로 일본의 네 배에 달한다. 행시 1차 시험에 지난해부터 헌법 과목이 추가되면서 경쟁률이 약간 낮아졌지만 꾸준히 40 대 1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명문대생의 공무원 선호도 여전하다. 법률저널에 따르면 서울대 출신 행시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 36.4%로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으로 확대하면 합격자 비율은 62.2%에 달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