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마을?… 함께 집짓다간 원수됩니다
‘목수도 자기 집은 직접 짓지 않는다’ ‘집 짓다가 머리 다 빠진다’ ‘집 한 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 집 짓는 일의 고단함을 표현하는 관용구가 꽤 많다. 무엇보다 한국 건축문화가 눈대중과 어림짐작으로 이뤄져온 데에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매뉴얼화된 규격치보다는 경험치에 많이 의존하다 보니 사람을 잘 만나면 좋은 집이 되는 것이고 목수를 잘못 만나면 ‘개고생’하는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이런 경험이 규격화 과정을 거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될 수도 있었는데 주택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완전히 돌아서면서 단독주택 건축의 규격화는 요원해졌다. 아파트는 국민 대부분이 국민주택 규모(32~34평형)라고 하면 기본 도면을 그려낼 정도로 규격화돼 있지만 단독주택은 백이면 백 가지가 다르다.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이 많이 공급되는 일본은 건축 규격화가 매우 정밀하게 이뤄져 부실시공 여지가 원천적으로 많이 없어졌다. 건축이 규격화되면 쓰레기로 버려지는 잉여 자재 물량도 줄어들고 그만큼 가격이 싸진다. 시공자는 반복된 규격 시공으로 시공 품질도 점점 좋아진다. 긍정의 시너지가 확대 재생산된다.

한국은 전체 신규 주택시장에서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제 10%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가 안 되다 보니 자재 규격화도 요원하다. 우리 마을(가평 북한강동연재)에 지어진 약 60가구의 건축주 중 일생에 한 번이라도 집을 지어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전원주택으로 내려오기 전 ‘내가 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분에게는 차라리 아파트 중 가장 살기 편했던 구조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한국 아파트 평면은 공간의 짜임새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다. 어설프게 창조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모방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런다고 같은 집이 되는 건 아니다. 사방으로 창문을 낼 수 있는 단독주택은 아파트 평면을 그대로 복사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집이 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골라야 할 기본 선택지가 있다. 혼자 땅을 사서 지을 것인가, 단지로 개발된 곳으로 들어갈 것인가. 동호인 모임을 꾸려 마을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웬만하면 이것은 말리고 싶다. 공동체 문화에 단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동호인 마을이 말썽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전원주택을 동경하던 사우 수십 명이 회사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받은 수천만 원을 들고 의기투합해 동호인 마을을 조성하겠다고 자문해왔다. 그들과의 첫 미팅에서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전 가족이 참여해 하룻밤 이상 같이 지내는 이벤트를 적어도 세 번 이상 해보고 그 후에도 전체 화합에 문제는 없었는가. 둘째, 전원생활을 가족끼리 체험해보고 진지한 대화도 해보고 그리고 모두 동의했는가. 셋째, 초기 자금(퇴직금 중간정산금)이 아니라 전체 자금이 확실하게 확보돼 있고 감당할 여력이 있는가. 모두가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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