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보조금, 현실과 형평성 고려돼야

국내에 판매되는 EV에 주어지는 보조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환경부가 대당 1,200만원을 주고 일부 지자체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800만원을 지원한다. 또한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도 감면해준다. 이렇게 해서 해마다 순수 전기차를 늘려가지만 예산의 한계로 물량을 크게 늘리지 못한다.

그런데 보조금을 받고 EV를 구매하는 사람은 내연기관차가 있고, EV를 추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EV만으로 모든 이동을 해결하기에 충전 인프라가 완벽하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구매하는 이유는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이 내연기관 대비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친환경차를 다른 말로 '친경제차'로 부른다. 이 말은 보조금 등이 없다면 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이 친환경차라는 뜻이다.
[하이빔]테슬라는 주고, 친환경 1t은 안주고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이 등장했다. 경유보다 매연과 질소산화물이 상당히 낮은 LPG차를 늘리자는 방안이다. 하지만 LPG를 무한정 늘릴 수 없으니 승용은 배제하고 어린이 통학용과 1t 화물차라도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대통령은 물론 지난 6.13 지방 선거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생활형 소형 화물차를 LPG로 바꾸자는 공약을 내세웠고, 자유한국당도 타던 경유 1t 트럭을 폐차하고 LPG 1t 트럭을 사면 3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t 택배 트럭은 밀집된 주거 지역을 매일 드나든다는 점에서 LPG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가 내년에 1t 트럭(택배 등) LPG 전환을 추진하겠다며 예산 반영을 추진 중이다. 국내 1t 트럭 운행 대수 230만대 가운데 밀집 주거지를 자주 드나드는 차라도 먼저 LPG로 바꿔 미세먼지 위해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를 지원해도 다시 경유차를 사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감축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을 주목한 셈이다.

그러자 당장 내년에 예산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반대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유류에 부과된 교통에너지환경세도 2016년 15조6,000억원에서 2017년 15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2,000억원 증가해 유류세 감소 이슈도 없고, 미세먼지 감축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마당에 정작 예산 투입에는 반대를 보이는 셈이다. 또한 현실에선 전기차 보급보다 LPG 1t 증대가 미세먼지 감축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 만큼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점진적으로 경유세율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설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기재부가 신중론을 들고 나오면서 잠시 수그러졌지만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제안한 경유의 세율 인상은 장기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동차 저공해 조치에 들어갈 재원 마련 방안으로 지목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 LPG 1t을 먼저 늘려가자는 방안에 반대한다니 의아할 따름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이 1억 넘는 테슬라를 추가로 구매할 때 2,000만원을 보조해 얻을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보다 같은 돈으로 서민들이 생계를 위해 구매하는 5대의 경유 트럭을 LPG로 바꾸는 게 환경 측면에선 훨씬 높은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도 2,000만원을 지원하고,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도 돈 들여 지원하는 마당에 LPG 1t 트럭 구매 지원을 반대하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