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이 지속하는데도 아웃도어 등 의류업체들은 올겨울에 맹추위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8월에 롱패딩 등 겨울 제품 선판매 전쟁에 나섰다.

롱패딩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것과 여름 더위가 매서우니 겨울 추위도 사나울 것으로 예상한 낙관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올여름 무더위는 예상을 뛰어넘는 최악의 폭염이어서 그런지 소비자의 반응은 썰렁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F의 프랑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이달 한 달간 LF몰에서 올해 가을·겨울 시즌 주력 아우터 '트루아 벤치코트'를 최대 24% 할인 판매한다.

박재연 LF 라푸마의류 팀장은 "역발상 선판매는 올겨울 유행할 최신다운 재킷을 가장 먼저,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로 겨울을 앞서 준비하는 얼리버드 고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악폭염] 겨울엔 강추위?… 역발상 패딩판매 폭염에 '주눅'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다음 달 말까지 겨울 신제품 롱패딩을 10% 할인 판매한다.

디스커버리는 작년 11월에만 롱패딩을 900억원가량 팔아치운 저력이 있어 올해 역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이달 22일에 아동과 여성용 롱패딩 등 다양한 겨울 상품을 더 내놓는다.

르까프는 지난달에 1차 40% 할인 선판매를 마치고 이달에는 할인폭을 30%까지 낮춰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K2는 4∼5개 안팎의 롱패딩 제품과 슬림다운 제품 등 겨울옷을 이달 3일부터 할인 가격에 선판매할 계획이다.

휠라코리아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올겨울 제품 선판매를 하고 날씨 등 상황을 보고 중순 이후부터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횔라 관계자는 "롱패딩 유행이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해 디자인과 색깔 등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숏패딩이나 베스트, 다운패딩 등 여러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이처럼 한여름에 겨울 의류를 내놓는 것은 올여름이 더운 만큼 겨울에 강추위가 올 것이라는 관측 속에 소량을 먼저 판매하면서 소비자 반응을 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겨울에 원가가 비싼 롱패딩 등 제품을 대량으로 내놨다가 생각만큼 판매가 저조하면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신제품을 미리 싸게 살 수 있어 '역발상 선판매'는 모두 윈윈할 전략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롱패딩이나 다운제품은 소비자가격도 비싸고 원가도 높아 업체 입장에선 대량 생산 후 팔리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며 "업체들이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전체의 10% 정도를 미리 선보이는 선판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도 여름엔 무덥고 겨울엔 평년보다 추웠다"며 "올해 겨울 역시 강추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이 같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의 폭염 앞에서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아 패딩판매 열기는 아직 뜨겁지 않은 편이다.

르까프 관계자는 "지난달 1차 선판매에서 더운 날씨에도 롱다운이 입고량의 30% 이상 판매됐다"며 "더위가 한풀 꺾이면 판매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롱패딩을 구매한 소비자가 많아 올해는 그만큼의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문제는 더워도 너무 더운 것이 겨울의류 선장만 의지를 꺾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위가 좀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달 중순 이후에나 롱패딩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악폭염] 겨울엔 강추위?… 역발상 패딩판매 폭염에 '주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