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속 나섰지만, 업계 "실효성 없을 것"
"덤핑관광 여전"… 유커 귀환 조짐에 우려 커져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올 조짐이 보이면서 무분별한 저질 단체관광상품, 일명 '덤핑관광'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정부가 중국 저가 여행 상품을 단속하겠다며 칼을 뽑아들었지만, 여행업계에서는 이전처럼 효과 없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단체관광객이 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올 때 드는 비용은 3박 4일에 대략 30만∼40만원 가량이다.

초특가로 나올 때는 20만원 안팎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실상 항공료 수준으로, 이 돈으로 식사와 교통 등까지 부담하려면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여행사는 적자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면세점 등 쇼핑센터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관광일정에 쇼핑을 포함해야 하는데, 많으면 한번 여행할 때 4차례씩 면세점 투어가 들어가곤 한다.

관광객 수는 유지될 수 있겠지만, 만족도가 낮아지니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재방문율도 떨어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주로 쇼핑을 했다는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만 봐도 이런 관광 형태가 지배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여행업체가 제공하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상품 중 한국행과 일본행의 가격은 평균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한국에는 저렴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류와 제주도의 인기도 있지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는 사실상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이 지상비를 갈수록 낮추려 하는 상황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국내 최대 중국인 인바운드 여행사인 뉴화청국제여행사, 창스여행사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인바운드 여행사 중 여럿이 중국계다.

이중 대다수는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들과 연계해 저렴한 지상비로 인한 손해를 쇼핑 수수료로 메우는 식으로 고객을 유치한다.

혹은 단체관광객들이 찾는 쇼핑센터와 식당, 호텔 등 업체들로부터 월 단위 혹은 연 단위로 소위 '선(先) 수수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졌다.

한 업체가 여행사 여러 개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단속으로 한곳의 영업이 어려워지더라도 다른 곳들이 남아 있으니 타격도 크지 않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와 협약을 맺고 지정된 여행사들만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전담여행사가 6월까지 신규 접수를 한 결과 당초 예상보다 많은 100곳 이상의 여행사가 신청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행업계 또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자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업체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곳에 가서 쇼핑을 몇 번 하는지 알려주면 되고 결국 소비자가 그런 정보들을 통해 잘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며 "다양한 업종에 다양한 거래방식이 있고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여행 유통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 소비자들이 싼 것을 원한다면 일정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쇼핑으로 수수료를 메우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논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잘 고르면 저질 상품은 자연히 퇴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행업체 관계자는 "저질 상품에 대한 정부 단속은 여행업계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하지만 당장 손님을 받아야 하는 여행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아 딜레마"라며 "이전에도 정부가 여러 차례 단속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어 흐지부지된 것처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